초급간부 인기 급락…창군이래 첫 ROTC 미충원, 다음은 사관학교?
2023.07.31 18:39
수정 : 2023.07.31 18:39기사원문
군 당국은 앞으로 병사 봉급이 인상되더라도 초급간부가 받는 보수 수준을 넘어설 순 없을 것이라고 31일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통상 보수라고 하면 봉급과 수당을 합쳐 얘기한다"며 "초급 간부는 봉급 말고도 여러 수당을 받기 때문에 설령 병사 봉급이 인상된다고 해도 초급 간부의 보수체계를 넘어설 수 없고, 또 그렇게 설계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육군 ROTC) 추가모집은 모집 전형을 다양화해 더 많은 인재들이 군 간부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국방부와 각 군 차원에서 직업 안정성 제고,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 전역 후 취업 여건 보장 등 ROTC 지원율 제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급간부 열악한 처우, 병사 봉급보다 사실상 역차별 우려... 사상 첫 ROTC 지원 미달
하지만 ROTC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우선 현역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가 거론된다.
현재 병사 복무기간은 육군 기준 18개월이지만 학군장교는 군별로 24~36개월에 달해 입영대상자들이 지원을 꺼리고 있다.
병사보다 상대적으로 길게 초급 간부로 군 복무를 마친 자가 전역 후 취업시 가산점을 받던 제도는 법적으론 일부 가능하다고 하지만 사실상 폐지된 지 오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역차별이라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여기에 병사 봉급은 오는 2025년까지 병장 기준 월급 150만원과 지원금 55만원을 합쳐 200만원 이상이 될 예정이지만, 초급간부 봉급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어 '역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육군학생군사학교는 오는 8월 ROTC 후보생 추가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는 지원자 수가 적어 합격자 수가 사실상 미달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육군 창군 이래 처음으로 지난 2016년 1만6000명이었던 ROTC 지원자 수는 매년 2000여명씩 줄어들어 올해는 5000여명에 그쳤다.
학군장교 경쟁률은 2015년 4.8대 1에서 2022년 2.4대 1로 떨어졌으며, 올해는 지난해 보다도 낮은 사상 최저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매년 3월에만 이뤄지던 학군장교 임관을 올해부터 연 2회로 확대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사회, 다양성에 기초한 사회로 진화... 군대문화 괴리 존재, 중·장기적 측면 고려되야
전문가들은 인구절벽 시대에 직면해 모병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하지만 ROTC 미충원으로 창군 이후 처음으로 추가모집에 나서게 된 상황은 인구절벽 속도보다 군에 대한 거리감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ROTC 미충원에 대한 표면적 이유는 병사 복무기간 대비 6∼18개월 길다는 점과 초급장교에 대한 대우가 미흡하다는 것이지만 이러한 표면적 이유만이 전부라는 사고로 접근해서는 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사회적 변화에 부응하는 중·장기적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 사회는 정치적 발전, 경제적 번영을 거치며 집단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다름을 중요시하는 ‘다양성’에 기초한 사회로 진화했다"며 "군대도 사회발전 속도와 보폭을 맞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회와 배치되는 문화적 괴리와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군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개인화된 문화’로 바꾸는 것도 위험하며 자칫 군대가 아닌 이상한 모습의 군대 즉 ‘탈군대화’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국가안보 소중히 여기는 소명과 철학 지닌 청년들 군인을 길 걷도록 여건 조성 나서야
반 책임연구원은 "군대문화의 괴리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혁신에 나서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괴리 해소’와 ‘탈군대화 문제’라는 모순적 상황을 해소하려면 '국가안보라는 소명과 철학을 남달리 소중히 하는 청년들이 군인이 되도록 하는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자유민주주의의 표상인 미국의 군대는 엄격한 군율로 유명하지만 자유로운 사회에서 온 미국의 청년들도 대부분 그 군율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는 설명이다.
이어 반 책임연구원은 "점진적으로 ‘징병’ 중심에서 ‘모병’ 중심으로 군병력 체제의 근간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물론 징병에서 모병으로 바로 전환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는 점에서 징병과 모병을 혼용하는 체제를 상당기간 지속해야 할 것이지만, 모병으로 군대가 적성이 맞는 청년들을 선발하여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군대에 스스로 군 초급 간부로 뜻을 품은 청년에게 사회 평균보다는 더 나은 수준의 급여와 복지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며 "이러한 청년들이 국가의 보배라는 인식을 사회 저변에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는 기업들과 MOU 등을 맺어 기업들이 군인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는 이런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반 책임연구원은 "이것이 바로 장교 미충원 문제를 ‘일류보훈’과 연계시켜야할 이유이기도 하다"며 "지금의 ROTC 미충원 사태를 방치하면 군대 리더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도 이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