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만 최대 강수량 中 베이징, 피해 속출
2023.08.02 16:35
수정 : 2023.08.02 16:35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60여년만에 가장 강한 위력을 가진 제5호 태풍 ‘독수리’가 중국 본토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140년만의 최대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중국 기상 당국이 2일 밝혔다. 이로 인한 피해도 속출했다.
중국 중앙기상대에 따르면 태풍 ‘독수리’는 지난달 28일 중국 동남부에 상륙한 뒤 이튿날부터 베이징과 허베이성 등 북부 지역에 70여시간 동안 장대비를 쏟아냈다.
전날 오전 9시(현지시간) 기준 누적 강수량 1003㎜를 기록한 허베이성 싱타이시는 평년이라면 두 해 동안 내릴 비가 이틀 만에 찾아왔다.
베이징시기상대는 이번 나흘 동안 베이징 지역에 앞선 140년을 통틀어 가장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고 밝혔다.
베이징 최대 강수량을 기록한 서북부 창핑구에는 지난달 29일 오후 8시부터 이달 2일 오전 7시까지 총 744.8㎜의 폭우가 내렸다.
현재 기록이 남은 종전 지역 최대 강우량은 1883년 7월의 510.3㎜(일주일 합계)와 1891년 7월의 609㎜였다. 2012년 7월 21일엔 541㎜의 비가 내린 적 있다.
중국 기상당국은 태풍이 몰고 온 수증기가 동쪽의 아열대 고기압과 남동풍, 북부의 산지 지형으로 인해 내륙에 오래 머물게 된 것이 이번 호우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집중된 비에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1일 오후 기준 베이징에선 11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고, 허베이성에선 사망자 9명과 실종자 6명이 발생했다.
베이징에선 서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총 4만4673명의 이재민이 생겼고, 허베이성에서도 87개 현 54만여명이 폭우 피해를 당했다.
허베이성에서 줘저우시에선 다수의 마을이 물에 잠겼다. 500여가구, 2000여명이 사는 줘저우시 마터우진 줘퉁촌은 대부분의 집이 침수된 상태다.
베이징시 펑타이, 창핑구 등은 물이 고이면서 도로 곳곳이 끊겼다. 또 호우 집중 지역을 운행하던 열차 3편이 운행을 중단했으며, 열차 K396편은 30시간 넘게 발이 묶였다. 중국 인터넷에선 탑승객들이 터널을 빠져나와 10시간 동안 도보로 이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베이징의 다싱국제공항이 침수됐다는 영상과 사진도 올라왔다고 대만 자유시보는 보도했다. 여기에는 여객기 바퀴의 절반이 물에 잠긴 모습이 담겨 있다. 베이징시 당국은 지난달 31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폭우로 지하철 다싱공항선의 운행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가 다시 운행을 재개했다.
2019년 9월 문을 연 다싱국제공항은 110억달러(약 14조원)를 들여 건설됐다.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이용객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축구장 98개를 합친 70만㎡ 규모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전날 모든 지역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구조하며 부상자 치료와 희생자 가족 위로를 잘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또 교통, 통신, 전력 등 손상된 기반 시설을 신속하게 복구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비구름이 이동한 헤이룽장성 동남부와 지린성 중동부에서도 국지적으로 폭우가 내릴 수 있는 데다, 남쪽에서 접근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이 곧 중국 동남부 푸젠성과 저장성 해안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