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근교 '다자이후', '난조인' 한 번에 둘러보기

      2023.08.22 05:00   수정 : 2023.08.22 07: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행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여행을 하는 방식도, 느낌도 변하게 된다. 최초의 해외 여행은 2009년, 대학생 시절 계절학기 프로그램으로 갔었던 말레이시아였다. 여행 안내서를 사고 정보를 모은 뒤에 말레이시아에 있는 유명 관광지들을 찾아 다녔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말라카, 랑카위 섬과 페낭섬 등등. 책 속에 나온 목적지인 '그 곳' 혹은 '그 장면'을 보고 오는 정도였다. 당시의 여행은 3차원의 공간에 있는 도시들을 '점'처럼 찍고 돌아오는 그런 느낌이었다.
비유하자면 3차원의 지구 본이 있는데 목적지인 도시에 순간 이동을 한 뒤 그 점 안에서만 즐기다 돌아오는 감각과 비슷했다.

그때로부터 14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여행은 '점'보다는 '선' 혹은 '면'의 차원으로 확장됐다. 목적지인 그곳까지 가는 여정 자체가 여행의 즐거움에 포함이 되게 됐다. 또 책 속에 나오는 명소에 잠시 내가 있었단 사실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 곳에서 내가 누구와 함께 무엇을 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지구본 위의 최대한 많은 장소에 점을 찍는 것보다는 한 점에 계속 머무르더라도 그 점 안에서 친구를 만나고, 나만의 경험을 쌓는 일이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갓파'를 닮은 다누시마루역에서 커피 한잔
'작은 교토'로 불리는 히타를 둘러보고, 우키하의 이나리 신사를 본 뒤 차를 몰고 후쿠오카로 향했다. 타이트한 일정이었지만 가는 길에 있는 '다누시마루 역'에도 들리기로 했다. 다누시마루 역은 일본의 전통 요괴 '갓파'를 닮은 역으로 유명하다. 2011년 기준 하루 평균 승차 인원의 560명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역이다.

렌터카 여행이 아니었다면 굳이 들릴 필요가 없었겠지만 여행전 유튜브를 통해 본 역의 모습이 너무 앙증맞았기 때문에 잠깐 들리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역은 과연 사진으로 봤던 모습과 같았다. 초록색 지붕이 갓파의 머리를, 동그란 창문이 눈 처럼 보였다. 창문 밑으로 설치된 삼각형의 작은 지붕은 누가 봐도 갓파의 노란색 부리와 닮아 보였다.

주차를 하고 역사 안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초록색 갓파를 닮은 마카롱과 각종 기념품이 눈길을 끌었다. 카페는 관광안내소를 겸하고 있었다. 투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팸플릿에는 역 주변에 있는 갓파 동상을 비롯해 마을에 숨겨진 각종 동상들에 번호를 매겨 놓고, 해당 동상을 모두 찾는 내용이 나와 있었다.

카페 안 에는 한 노신사가 열차를 기다리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평일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역사는 한 산했고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서넛 명이 전부였다.



■세계 최대 청동와불상 보러 '난조인'으로
다누시마루 역에서 차를 몰아 다음 목적지인 후쿠오카의 난조인(남장원)으로 향했다. 구글 맵을 통해 확인해 보니 도착까지 1시간 정도 거리였고, 절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정도에 불과했다.

1시간 가량 차를 달려 난조인 인근에 도착했고, 차를 주차한 뒤에 뛰듯이 절로 향했다. 절에 들어서자 거대한 불상들과 동상들이 눈길을 잡았지만 난조인의 하이라이트인 세계 최대 청동와불상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산에 있는 절이라 중간에 작은 계곡과 계단을 올랐고 곳곳에 숨겨진 볼거리들이 많았다. 마침내 청동 와불상에 다다라라 보니, 불상의 크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컸다. 짙은 초록에 옥빛을 섞은 듯한 색으로 길이는 41m, 높이 11m, 무게는 300t에 달한다고 한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한 화면에 닮기 위해 한참을 뒷걸음질 쳐야 했다.

와불상에서 기념 사진을 몇장 찍고 있었는데 절에 계신 스님이 입장 시간이 지났다며 관광객들에게 나가줄 것을 부탁했다. 시간이 있었다면 절을 좀 더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학문의 신 모신 '다지이후' 텐만구
이날의 마지막 일정은 '학문의 신'을 모시는 신사인 다자이후 텐만구였다. 히타에서 돌아오는 동선상으로는 '다자이후'에 먼저 들리는 편이 더 가까웠지만 난조인의 개방 시간이 더 짧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자이후를 마지막에 들렸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다자이후와 함께 후쿠오카의 베네치아로 불리는 '야나가와'도 들렸을 테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후쿠오카 근교 도시를 가는 대부분 여행자들은 '야나가와'와 '다지이후'를 한 번에 들려보는 관광 일정을 택한다.

학문의 신을 모신 신사인 만큼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절을 찾아 합격을 기원한다고 한다. 신사에 모신 인물은 학자이자 시인, 정치가인 스가와라 미치자네다. 845년에 태어나 903년에 세상을 떴다.

다자이후 내부는 거대한 정원과 호수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시간을 갖고 둘러보기에 좋았다. 방문했던 6월 중순 무렵에는 거대한 정원에 붓꽃이 한창 줄기를 세우고 꽃을 피우고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좋았다.
5박 6일의 마지막 후쿠오카 일정을 정리하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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