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팝아트, 진한 여운의 동양화적 세계관
2023.08.07 18:07
수정 : 2023.08.07 18:07기사원문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1998년 첫 개인전에서 먹으로 그린 인물 군상을 선보인 후, 초기 동구리 드로잉을 거쳐 지금의 현대적이고 단순화된 '동구리'를 완성하게 됐다.
'동구리'라는 이름은 2003년, 전시장을 방문한 지인들이 동구리를 보고 이게 뭐냐고 던진 질문에 동글동글하게 생겼다고 해서 지어졌다. 사실 이렇게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동구리지만, 이는 작가가 뜻대로 되는 것이 없던 시절 사회의 요구에 맞추느라 억지로 웃을 수밖에 없는 작가 자신을 그린 것이며, 더 나아가 현대인의 보편적인 모습도 될 수 있다.
2011년 시작한 '리플렉션' 시리즈는 '허상의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담고 있는데, 데뷔 후 숨가쁘게 달려온 자신의 삶과 작업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보낸 후 완성된 작업이다. 스스로를 비추어보는 의미로 동구리와 주변 배경들이 물에 비쳐 반사된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또 은빛, 금빛 등의 주조색을 사용해 이전 작품보다 화려하다.
작품의 제목인 '명경지수(明鏡止水)'는 '장자(莊子)' 덕충부편(德充符篇)에 실려 있는 어구인데, '밝은 거울과 정지된 물'이라는 뜻으로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을 의미한다. 2008년부터 작가로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2013년 이후 미술시장의 불황과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낸 작가의 자아성찰이 담긴 작품을 통해 관람자도 자아성찰의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