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서 손흥민 경기 직관하고 "꿈같은 여행"..잼버리 담당 공무원들, 예산 낭비있었나
2023.08.08 11:18
수정 : 2023.08.08 13: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열악한 영내 시설과 부실한 운영으로 혼선을 빚어 온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결국 모든 대원들이 영내를 떠나기로 한 가운데, 지난 8년동안 공무원들이 잼버리를 명목으로 대거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잼버리 배우겠다" 부안군 공무원 20차례 해외출장
특히 잼버리가 개최된 부안군 공무원들은 세계잼버리 유치 홍보나 우수 사례를 배우겠다며 총 20여차례 해외 출장을 떠났는데, 현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등 잼버리나 스카우트 활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출장도 있었다.
심지어 귀국 보고서에 “꿈 같은 여행이었다”라고 적은 공무원도 있었다.
8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등이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이유로 떠난 해외 출장은 총 101건이다. 전북도가 57건(56.4%)로 가장 많고, 이어 부안군 25건(24.8%), 새만금개발청 12건(11.9%), 여성가족부 5건(5%), 농림축산식품부 2건(2.0%)이다.
2016년 부안군 공무원들은 잼버리 대회와 무관한 캠핑카 여행을 다녀온 뒤 보고서에 “캠핑장 조성 방안을 연구했다”고 적었다.
유럽 한바퀴 돈 공무원 3명 "생생한 추억, 감사드린다"
또 다른 부안군 공무원 3명은 2017년 6월 30일 영국, 프랑스, 체코 등 3개국으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영국에서 박물관과 뮤지컬을, 프랑스에서 에펠탑과 야경을 즐긴 뒤 출장보고서엔 잼버리 유치 홍보가 목적이었다고 썼다.
이어 동유럽 6개국으로 출장을 간 4명의 부안군 공무원들은 가이드까지 동반해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생가, 헝가리 어부의 요새, 독일 마르크트 광장 등을 둘러 본 후 출장보고서에는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 홍보활동을 하고자 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해외연수 소감’에는 “10박 12일 동안 꿈 같은 여행은 이것으로 끝났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잊지 못할 생생한 추억”이라며 “우리 팀원들과 해외배낭 연수 기회를 갖게 해주심에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잼버리와 상관 없는 파리까지 방문해 '와인 시음'
2019년 10월 부안군 공무원 4명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로 10일간 출장을 떠났다. 출장 목적으로 ‘영국의 잼버리대회 개최지 연구 및 프랑스 파리의 우수축제 연구’라고 썼는데, 런던은 무려 103년 전인 1920년에 세계잼버리를 열었고, 파리에서는 개최된 적도 없다.
공무원 4명이 해외 출장 후 제출한 보고서 이름은 ‘국외여행 보고서’다. 주요 일정은 런던 버킹엄궁전, 웨스트민스터사원, 내셔널갤러리, 테이트모던미술관과 파리 몽마르뜨 포도축제, 몽생미셸 수도원, 지베르니 모네정원 등이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는 와인 시음행사도 가졌다.
런던에서는 2019년 10월 5일 아멕스스타디움을 찾았는데, 이날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브라이튼&호브알비온과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가 있었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전했다. 출장에 참가한 공무원들은 보고서에서 “운동장과 관중석이 가깝게 설치되어 생동감 넘치는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며 “우리 군 읍면단위 국민체육센터 등 관련 사업 시행 시 반영 가능하다”고 적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