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저성장' 늪 빠진 자영업자, 한달 새 대출 1.4兆 더 늘렸다
2023.08.09 15:57
수정 : 2023.08.09 16: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자영업자들이 지난 한달 새 주요 은행에서만 대출을 1조원 이상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고물가·저성장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데다 향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도 직접적으로 받게 될 사장님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금리는 5% 중반대로 높아지고 있어 이들의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월 말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16조81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315조3676억원)과 비교하면 1조4434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로 올들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앞서 금융당국 규제 강화 등으로 가계대출을 늘리기 부담스러워지면서 은행권은 기업 대출 위주로 여신 성장을 지속해왔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기업 대출 잔액은 738조4254억원으로 전월 말(732조3129억원) 대비 6조1125억원 늘어나며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중 대기업대출이 2조9979억원(123조2116억원→126조2095억원) 늘어난 가운데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3조1145억원(609조1013억원→612조2158억원)으로 더 큰 폭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이 한 달 새 1조원 대가 뛴 것은 지난해 9월(+1조3594억원) 이후 10개월 만이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영업자는 지난해 말부터 빚을 차츰 갚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개인사업자대출이 다시 늘기 시작했지만 증가 폭은 2000억~5000억원대에 그쳤다.
이 같은 개인사업자대출 폭증은 장·단기 요인이 골고루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존에 소진됐던 저금리의 정책자금이 하반기 시작과 함께 예산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대출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기가 마무리되고 (은행이) 1월과 7월 실적에 힘을 주는 단기적 측면도 일정 부분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자영업자의 대출 여건이 회복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이 주를 이루는데 5대 시중은행의 신규취급액기준 보증서 담보대출과 물적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6월 말 각각 4.89~5.22%, 5.28~5.42%로 집계됐다. 전월(4.79~5.22%, 5.27~5.46%)에 비해 비슷하거나 소폭 올라간 수준이다.
특히 보증서 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2월(4.64~5.45%) 이후 점진적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채권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한 점이 전반적인 은행권 금리 상승으로 표면화되면서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