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점령'한 정당 현수막, 헌소 제기 결과는?

      2023.08.10 06:00   수정 : 2023.08.10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량이나 장소의 제한없이 정당 현수막 등을 걸 수 있게 한 현행법이 주거환경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헌법소원이 제기돼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그동안 정치권의 셀프 입법으로 인해 마구잡이식으로 시내, 골목길 등에 각 정당의 현수막이 걸리면서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주거 환경 등을 해치고 있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과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 제8조 제8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정당 현수막’만 제한 안 받는 것은 부당
해당 조항은 정당 현수막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옥외광고물과 달리 지자체의 허가나 장소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현행법이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환경권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의 취지다. 일반 옥외광고물의 경우 주거 및 환경권 등 국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다양한 진입장벽을 두고 있는 데 반해 정당 현수막의 경우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법적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새변의 방민우 변호사는 “현행법상으로는 정당들이 전국 곳곳에 경쟁적으로 현수막들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평상시에 통행에도 방해되고 도시 미관도 해칠 뿐만 아니라, 환경권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지자체에서는 교육환경을 위해 지역 내 초·중·고 주변 및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불법 현수막, 입간판, 전단 등 옥외광고물에 대하여 정비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정당 현수막의 경우 장소에 대한 제한을 받지 않는 만큼, 자극적인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이 걸리더라도 이를 철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마구잡이로 설치된 현수막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도 제기되는 등 헌법상 기본권인 환경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새변 측 설명이다.

아울러 정당 현수막에 대해서만 규제를 배제하는 것은 일반 시민에 대한 차별이라는 점에서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정당 현수막에 이름을 표시할 수 있는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 등 일부에게만 홍보의 기회를 무제한으로 부여한다는 점에서 무소속 정치인이나, 일반 당원에 대한 차별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정당 현수막 둘러싼 잡음은 현재 진행형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설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천시가 대표적이다. 인천시는 지난 5월 옥외광고물 조례 개정을 통해 게시할 수 있는 정당 현수막의 수를 제한했다. 혐오나 비방의 내용도 현수막에 담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인천시의 조례 개정안이 무효라며 대법원에 제소했다. 인천시 조례가 정당 현수막의 제한을 두지 않는 상위법(옥외광고물법)과 충돌하기에 효력이 없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이번 헌법소원을 담당할 새변의 백대용 변호사는 “(인천시) 조례가 옥외광고물법에 위반된다면 그 법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먼저 따져보자는 차원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국회의 자정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헌재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정치권에서 결자해지의 자세로 하루빨리 법 개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편의주의적 셀프입법으로 국민들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만큼 독립적 입법기관이 국회가 스스로 국민의 불편사항을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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