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보건소장 직접 출동 시간 조작 지시했다는 증언 나와

[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현장 도착 시간 조작 혐의를 받는 최재원 용산보건소장이 보고서에 도착시간을 11시 30분으로 기재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강성수 부장판사)은 9일 오후 공전자기록등위작 등 혐의로 최 소장에 대한 두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용산구청 보건의료과장 박모씨는 최 소장이 직접 보고서에 오후 11시 30분 도착했다고 기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최 소장이 현장 도착 시간을 기재하지 않은 최초 보고서를 보고받고 '출동시간이 중요한데 출동시간을 넣어야지'라고 말하면서 보고서 여백에 볼펜으로 '11시 30분'이라고 적었다는 것이다. 도착시간을 적으라고 지시했을 뿐 구체적인 시간을 명시한 적 없다는 최 소장 측의 주장과 배치된다.

검찰이 "피고인이 지시하지 않은 내용을 굳이 증인 스스로 기재하거나 추가할 이유는 없나"라고 묻자 "제가 결정적으로 소장님 출동시간을 알 수 없었고 누구에게도 물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또 최 소장이 사고 현장에 일찍 도착했으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경찰의 제지로 진입하지 못하고 용산구청으로 돌아갔다는 주장을 최 소장 스스로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소장님이 회의에서 제지당했다고 이야기한 기억이 있다. 그전엔 직원들이 하는 이야기였는데 소장님이 하니까 '아 그 이야기가 맞구나' 했다"고 말했다.

반면 최 소장 측 변호사는 박씨의 진술에서 일부 내용이 3차례 검·경 조사 때마다 달랐다며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에 박씨 본인의 도착시간도 허위기재됐던 점을 짚었다.

박씨는 조사 당시 기억나는 대로 진술하면서 착각해 잘못 진술한 부분이 있다고는 인정했다. 그러나 보고서 도착 시간에 대해서는 잘못 기재된 것을 알고 수정했다고 반박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9월 27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e-mail]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