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급했나?' 中 자국민 韓 등 단체관광 빗장 개방
2023.08.10 14:01
수정 : 2023.08.10 17:09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 이후 중단된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6년 5개월 만에 전면 허용된다. 중국행 비자 발급 때 이뤄지던 지문 채취도 잠정 중단된다. 중국 경기 부진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78개국 단체관광 3차 허용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10일 “중국 공민(국민)의 해외 단체여행과 관련한 여행사 업무를 시범적으로 재개한 뒤 여행시장이 전반적으로 평온하게 운영돼 여행 교류·협력에 긍정적인 역할을 촉진했다”면서 한국·미국·일본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 허용 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한국을 포함해 일본·미얀마·튀르키예·인도 등 아시아 12개국, 미국·멕시코 등 북중미 8개국, 콜롬비아·페루 등 남미 6개국에 중국인의 단체 여행 빗장이 풀리게 됐다.
또 독일·폴란드·스웨덴 등 유럽 27개국과 호주·파푸아뉴기니 등 오세아니아 7개국, 알제리·튀니지·모잠비크 등 아프리카 18개국도 중국인 단체관광이 허용됐다.
앞서 중국은 올해 1월과 3월 ‘제로코로나’봉쇄 정책을 폐기하면서 60여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여행 규제를 해제하면서도 한국·미국·일본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국가들에게 ‘관광 산업’으로 압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관광 허용은 2017년 3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이래로 처음이다. 당시 중국은 ‘한한령’을 명시적으로 공표하지 않았지만, 여행사들의 단체 상품 판매를 중단시켰다.
중국이 아직 반도체 등을 놓고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등은 여전히 미국에 기울여진 외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단체관광을 푼 것은 우선 자국 경기 부양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교는 상호주의기 때문에 중국의 빗장이 느슨해질 경우 상대국도 동일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국은 2021년부터 모든 중국 비자 신청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지문 채취도 올해 말까지 중단한다고 주한중국대사관이 전날 위챗(카카오톡)을 통해 함께 발표했다. 대상 비자는 상무(M)·여행(L)·친척방문(Q)·경유(G)·승무(C)에 한정된다.
아직 美와 갈등 중인데 왜 풀었나?
중국은 단체 여행객의 해외 방문을 국내로 돌리는 방법으로 경기 부양을 노려왔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전날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1% 미만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여행만 13.1%로 두 자릿수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CPI를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었다. 또 외국인의 중국 여행도 차단하는 부작용을 양산했다. 주요 외신은 올해 1·4분기 여행사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5만2000명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은 370만명이었다. 올해의 경우 여행사가 조직한 관광객이라는 제한적 기준이긴 해도 단순 계산하면 98.6%가 줄어든 수치다.
이마저도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이상은 홍콩이나 마카오, 대만 출신이었다. 중국 관광에 대한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수요는 훨씬 더 감소했다는 의미다.
다음 달 23일부터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의 성공 개최를 위한 포석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한국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면서 한중 관계 회복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풀이 역시 있다.
중국인의 반응은 뜨겁다. 이날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문화여유부 발표가 2위에 걸려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도 ‘3차 단체관광 재개 명단 발표’가 인기 검색어에 올라와 있다.
다만 한중 양국 사이에서 고조되고 있는 반한·반중 정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대국의 소식을 전하는 양국 기사 댓글엔 아직 부정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한중 우호 관련 업무를 하는 한 소식통은 “한중 청년들이 상대국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거나 적대감마저 보이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관광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공연 등을 비롯한 문화교류를 넓히고, 주요 인사들의 인적 방문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