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거래정지 막는다"...거래소, 매매거래 정지제도 개선 착수

      2023.08.10 15:54   수정 : 2023.08.10 17:4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거래소가 주식 매매거래 정지 제도를 개선에 착수했다. 무기한 거래가 정지되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으로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거래정지가 무한정으로 길어지는 사태가 잇따르면서 투자자 재산권 침해에 대한 지적이 나온 만큼 거래정지 기간 단축으로 투자자 보호가 이뤄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주식 매매거래 정지 제도 개선 준비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4월 '코스닥 퇴출제도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당시 공고에는 '해외 주요 거래소의 퇴출 사유와 퇴출절차에 대한 조사'가 연구주제로 제시됐으나 실제로는 주식 거래가 장기간 정지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용역은 자본시장연구원이 맡았고 오는 10월까지 결과를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가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향후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거래정지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지금은 '상장폐지 사유 발생→상장적격성 실질심사→상장폐지 또는 매매 재개'라는 제도 아래에 거래 정지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투자자금이 기한 없이 묶이면서 투자자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컸다.

실제로 실질심사 과정에서 기업 회생을 위한 개선기간 등이 부여되면서 기약 없는 거래정지가 잇따랐다. 특히 코스피의 2심제(기업심사위원회→상장공시위원회)와 달리 코스닥의 경우 3심제(기심위→1차 시장위원회→2차 시장위)를 거치면서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 다만 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거래 정지 제도 개선에 초점을 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정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정지 기간이 너무 길어진다는데 있다"며 "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어렵고,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5년 넘게 묶이다 겨우 상장폐지 결정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코스피시장(17개)과 코스닥시장(55개)을 합쳐 모두 73개(스팩 제외)에 이른다. 올해 들어 매매정지 종목으로 지정된 기업은 코스피 10개, 코스닥 24개로 전체의 46.6%를 차지한다. 나머지 39개 종목(53.4%)은 최소 8개월 이상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3년 가까이 매매정지가 지속되는 기업도 적지 않다. 2020년부터 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코스피 1개, 코스닥 7개다. 가장 오랜 기간 거래가 묶인 디에스앤엘은 2020년 3월에 거래정지됐다가 지난달 24일 결국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매매가 정지된 후 무려 3년 4개월 만이다.

5년여 만에 상장폐지가 결정된 기업도 있다. 에스에이치엔엘은 2017년 전직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로 거래정지가 내려진 이후 개선기간에 끊임없는 이의신청과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난해 5월에야 상장폐지됐다. 거래정지 기간이 5년 4개월에 달한다.

부실 징후에도 즉각 퇴출하기보다 개선 기회를 주는 것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지만 기한이 무작정 길어지면서 되려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거래정지 기간 단축을 위해 당국과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의 경우 부실 기업이 많고, 적극적인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가 중요한 만큼 거래재개 요건을 대폭 변경하기는 어렵지만 무기한으로 길어지는 현재의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나 거래소에서 거래정지 사유가 발생했을 때 회의체를 소집해 기간을 두고 진상조사에 착수하는 등 거래정지 기간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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