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호평"…5세대 싼타페, 美현지서 베일 벗었다
2023.08.11 06:00
수정 : 2023.08.11 16: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산타페(미국)=최종근 기자】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까지 10시간 30분, 또 다시 국내선과 버스를 4시간 번갈아 타며 아름다운 석양으로 유명한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에 도착했다. 산타페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해 있지만 한국인들에겐 사뭇 익숙한 곳이다. 현대자동차를 세계 3위의 완성차 그룹으로 성장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싼타페가 이곳의 지명을 따 차명을 지었기 때문이다.
■美·유럽 외신도 '엄지척'
10일 현대차는 5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친 5세대 '디 올 뉴 싼타페'를 공개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 7월25~27일(현지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포시즌스호텔 산타페 랜초 엔칸타도에서 한국·북미·유럽·아중동 기자단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신형 싼타페 실물을 선보였다. 지명을 딴 산타페 현지에서 신형 싼타페의 대여정을 시작한 셈이다. 이는 1세대 싼타페가 처음 미국땅을 밟았던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싼타페의 최대 시장이 미국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1~4세대 싼타페 누적 판매대수는 올 상반기 기준 565만대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미국 시장 판매량이 217만대에 달할 정도다.
이날 공개된 신형 싼타페는 기존 도시형 SUV에서 아웃도어 중심의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과거 유선형 차체에서 벗어나 각진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기존 보다 전장 45㎜, 축거는 50㎜ 늘어나는 등 차체 크기가 훨씬 커져 공간이 확실히 넓어졌다. 덕분에 넉넉한 3열 좌석 공간도 확보했다. 차량 곳곳에 현대차 로고 H 디자인이 반영됐고, 캠핑 등 레저 활동에 용이하도록 외부에 그랩핸들(손잡이)을 만들고 대형 테일게이트(뒷문)를 직각에 가깝게 열리도록 설계한 점도 눈에 띄었다.
현지에서 만난 60여명의 외신기자들도 완전히 달라진 싼타페에 큰 관심을 보였다. 로버트 클라이모 영국 프리랜서 기자는 파이낸셜뉴스에 "차체가 이전 보다 커보였다”며 “미국과 중국 등 큰 차를 좋아하는 시장에서 잘 안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 디자인이 너무 좋다. 한국 디자인은 혁신적인 것들을 시도하고 있고,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매트 프라이어 영국 오토카 기자는 "BMW나 아우디가 그렇듯 신형 싼타페는 멀리서 봐도 현대차의 정체성을 딱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실용적인 요소들이 눈에 많이 띈다"며 "예를 들어 지붕을 올라갈 때 잡을 수 있는 손잡이나, 테일게이트를 열어서 활용하는 것 등 감각적이면서도 유용한 디자인을 잘 적용한 것 같다"고 했다.
■'할아버지·아버지' 헤리티지 잇는다
신형 싼타페는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헤리티지(유산)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인본주의 철학,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을 기반으로 정 회장만의 스타일을 더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포니를 오마주해 만든 아이오닉5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전신)에서 만든 첫 작품 갤로퍼와 비슷한 박스 형태의 디자인을 새롭게 재해석한 점에 눈에 띈다. 특히 정몽구 명예회장이 '품질경영'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초석을 다졌다면, 이제는 정 회장이 이 같은 정신을 계승해 현지에서 '톱 티어' 브랜드 도약이라는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주력 SUV에 경유 엔진을 없앤 것도 친환경차 전환을 서두르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다. 빈자리는 휘발유와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체한다. 유럽 등 해외 시장에는 전기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도 판매한다. 전기차 모델은 당분간 출시 계획이 없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싼타페 역시 전기차로 가기 위해 미래의 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형 싼타페에는 현대차만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 요소도 곳곳에 배치했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은 "먼 거리에서도 H 형상의 라이트를 보면서 현대차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그런 차를 만들기 위해 도전을 했다"며 "포르쉐와 랜드로버는 수십년의 레거시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도 이제 그런 작업을 시작했고 멋진 역사가 있기 때문에 후대에 어떤 스토리를 남겨줄 것 인가에 대해 고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향후 출시될 팰리세이드 디자인에 대한 힌트도 남겼다. 그는 "제네시스는 끝까지 저는 두 줄을 고수할 것이지만 현대차는 패밀리룩을 부정한다"며 "현대차의 디자인은 엔지니어링 솔루션이 있다면 계속 바뀔 것이다. 신형 팰리세이드도 디테일은 이야기 못하지만 싼타페 보다는 훨씬 소프트하다"고 강조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