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보복할 권리" 中, 희토류 등 광물 수출통제 확대하나

      2023.08.10 18:28   수정 : 2023.08.10 20: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은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전면 통제 조치를 꺼내든 미국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미국이 국제질서를 훼손했기 때문에 중국은 사실상 '보복'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중국의 향후 수단은 희토류 등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널리 활용되는 광물 통제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中 "조치를 취할 권리 있다"

중국 상무부는 10일 홈페이지에 기자와 질의응답 형식으로 "미국 측이 '디리스킹'(위험제거)을 가장해 자국 기업의 대외 투자를 제한하고 투자 분야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하는 것은 미국이 일관되게 옹호하는 시장 경제와 공정 경쟁 원칙에 심각하게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파괴하며 글로벌 산업체인 공급망의 안전을 심각하게 교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상무부는 또 "중국은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조치를 취할 권리를 보유할 것"이라며 "미국이 시장경제의 법칙과 공정경쟁 원칙을 존중하고 인위적으로 글로벌 경제 무역 교류와 협력을 방해하지 않으며, 세계 경제의 성장 회복에 장애물을 설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도 같은 형식으로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투자 제한 조치 도입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미국에 엄중한 교섭을 제안했다"면서 "중국은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스스로의 권익을 단호히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엄정한 교섭은 특정 사안에 대해 외교적으로 항의했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은 당장 '보호를 취할 권리'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재에 중국산 핵심 광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향후 조치의 방향을 추정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칩4동맹'을 결성하고 반도체·생산설비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자 희토류의 정제·가공·이용기술을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포함시킨 행정 명령 수정안을 공개하며 대응한 바 있다. 또 네덜란드가 ASML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의 대중국 장비 수출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일본이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통제에 들어간 뒤에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옥죄는 조치를 단행했다. 갈륨과 게르마늄 역시 첨단산업에 필수 광물이며 중국은 전략자원으로 인식한다.

■中 대응 카드는 희토류 등 또 광물?

따라서 중국이 또 다른 핵심 광물 자원을 다음 카드로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희토류다. 정제하기 까다로운 희토류 기술 수출 금지로 이미 미국을 향해 경고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발 더 나아가 희토류 자체에 대한 수출 통제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2010년 동중국해에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두고 일본과 갈등을 벌였을 때도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한 바있다.

이 경우 스마트폰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전투기 등 첨단산업에 두루 활용되는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의 크로스토퍼 탕 교수는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희토류 원소는 스마트폰, 레이더 및 미사일을 포함한 첨단 장치의 부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희토류의 제한된 공급은 미국에서 전자 제품과 반도체의 생산을 방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 8일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중국은 희토류 최대 생산국이면서도 올해 7월까지 수출은 20.7% 줄어든 반면 수입은 61.3% 오히려 늘렸다.

또 2022년 중국의 희토류 수입량은 12만1500여t으로, 같은 기간 수출량은 4만8700t의 약 2.5배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희토류는 8만3800t으로 전체 수입량의 69%를 차지한다고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은 전했다.

희토류는 산업에 쓰일 수 있게 정제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유해 물질을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광물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산업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신 중국으로 수출한 뒤 정제된 희토류를 다시 수입해 써왔다.

중국의 경우는 희토류 재고량을 늘리는 것은 미중 반도체 전쟁 격화를 대비해 희토류라는 무기를 확대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미국도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을 지하자원으로 갖고 있는 몽골 등과 협력을 뒤늦게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대책으로 풀이된다.

반면 희토류 수출 통제는 중국 업계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중국희토류산업협회 첸잔헝 부비서장은 펑파이신문에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 해외 희토류 투자를 자극하면서 중국 희토류 산업의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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