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온 것 아니다"..극단선택 교사 장례식 쫓아간 학부모에 유족 울었다
2023.08.14 08:32
수정 : 2023.08.14 10:34기사원문
이영승 교사 사망직전까지 전화 걸었던 학부모
14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호원초 5학년 4반 담임 교사였던 고(故) 이영승씨는 2021년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씨는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MBC에 따르면 이씨는 숨지기 전날까지 민원을 받았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사망 직전 부재중 전화 2통이 찍혀있었으며 숨진 직후에도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장기결석 학생의 어머니 A씨였다.
A씨는 이씨가 답장이 없자 곧장 교무실로 찾아갔다. 당시 A씨를 목격한 이씨의 동료교사는 "(A씨가) 굉장히 난폭하셨다"라며 "'(이씨가) 갑작스럽게 작고하셨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안 믿으셨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장례식까지 찾아가 조문은 않고 유족과 실랑이
A씨는 결국 이씨의 장례식장까지 찾아갔지만 조문은 하지 않았고 유족과 실랑이만 벌인 뒤 떠났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록에 따르면 유족이 A씨에게 “여기 서 있는 시간도 상당히 길었는데 들어오세요”라고 하자 A씨는 “인사하러 온 거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유족은 방명록 작성이라도 요구했지만, A씨는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유족은 결국 “어머니, 남의 장례식장이 놀이터예요?”라고 물었다. A씨는 “저한테 화내시는 (거냐)”라며 “저 아세요?”라고 되물었다. 유족은 “저 어머니 몰라요. 어머니 성함 얘기 안 해주지 않았냐. 누구 학부모인지도 얘기 안 해주지 않았느냐”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이에 A씨는 “제가 못 올 데를 왔나 봐요. 그렇죠?”라고 말한 후 자리를 떴다.
이씨는 목숨을 끊기 전날에도 ‘아이를 따돌린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를 시켜달라’는 민원을 받았다.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 B씨는 이씨에 화를 심하게 냈으며 교감을 찾아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요즘 엄마들처럼 별거 아닌 일에 쪼르르 학교 가서 '이거 고쳐주세요. 저거 고치세요' 이렇게 떠넘기듯이 한 게 아니다. 선생님이 원래 하시는 일이 그거지 않냐"라고 매체에 말했다.
수업 중 손가락 다친 학생.. 3년 넘게 "돈 더 달라" 요구
이씨는 또 부임 첫해인 2016년에는 수업 도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치는 사건이 발생해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배상 요구에 시달렸다.
수업 중 일어난 사고라서 당시 학생 측에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00만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학부모 C씨는 더 많은 돈을 요구했고 3년이 지난 2019년 12월 31일에도 "2차 수술 예정"이라며 이씨에게 또다시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다.
학부모들의 민원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이씨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라는 글을 남기고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