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초·중·고, 6년여간 '학부모 요구'로만 담임교체 90건... 초등은 78건

      2023.08.14 17:09   수정 : 2023.08.14 17: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교사 A씨는 학생 B군에 대한 다른 학부모들의 민원을 많이 받았다. B군은 A씨의 수업 시간이 방해될 정도로 과잉행동을 해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B군의 담임이었던 A씨는 B군의 어머니와 상담을 했지만, B군의 어머니는 "정서적 학대"라며 A씨에게 화살을 돌렸다.

B군의 어머니는 A씨에게 휴직을 강요함과 동시에 학교 측에 담임에 대한 교체 요구를 지속적으로 했고 끝내 A씨는 휴직할 수 밖에 없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교육부 소속 5급 사무관의 갑질 논란으로 교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최근 6년여간 서울시 관내 초·중·고등학교에서 학부모 요구로 학급 담임 교체된 건이 총 90건으로 드러났다.
확인된 90건 외에도 학부모들의 지속된 민원에 담임이 질병 휴직 등 다른 사유로 휴직한 경우도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시 교육청 산하에 있는 초·중·고등학교에서 학부모 요구로 담임이 교체된 건수는 총 90건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1년간 학부모 요구로 인한 담임교체는 평균 15건가량으로 집계됐다.

앞서 서울 강남에 위치한 서이초등학교에서 새내기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고에 이어 교육부 소속의 한 사무관이 '왕의 DNA'를 언급하며 담임교체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치권과 교육계가 교권 확립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도 담임교체 사유 중 '학부모 요구'로 교체된 사례는 초·중·고를 합해 17건, 2018년은 20건, 2019년은 22건, 2020년은 3건이다. 코로나 이전까지 꾸준히 학부모 요구로 담임 교체수가 증가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원격 교육이 시작된 2020년에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대면접촉에서 비대면접촉 교육이 시작되자 학부모들의 담임교체 요구가 감소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대면접촉이 적었던 2020년을 제외하고, '학부모 요구'로 담임이 교체된 건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코로나19가 완화되기 시작한 2021년에는 아이들이 번갈아 출석하기 시작했는데, 대면이 시작되면서 학부모 요구로 담임이 교체된 건수는 총 10건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반기부터 전면등교를 시작했던 2022년에는 총 13건으로 증가했고, 2023년에는 상반기까지 5건의 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학생들의 진로가 결정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보다,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의 담임 교체 요구가 빈번했던 걸로 나타났다. 전체 90건 중 초등학교에서만 78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 비율 중 약 87%를 차지하며 대부분을 이뤘다.

교육계에서는 중·고등학교에서 학부모 요청으로 담임 교체 건수가 적은 이유에 대해 "고등학교 시스템 특성 상 담임 교체가 이뤄지더라도 담당 과목 선생으로 만나는 것에 영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나 대학 진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고등학교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는 담임이 교체되더라도 과목 선생으로 만나 생활기록부(생기부)를 통해 진학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담임 교사들이 '학부모의 요청' 외의 사유를 기재해 휴직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학부모의 담임교체 민원에 학교장이 승인을 하더라도, 교사들이 진단서를 제출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휴직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 학부모들이 교사의 일부 행동을 지적하며 법적으로 대응해 압박할 경우, 담임 교사가 먼저 휴직계를 제출해 담임 교체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교육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국 표면적으로 드러난 90건 외에도, 더 많은 사례가 '학부모 요구'로 인한 담임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특히 질병휴직이나 육아휴직, 기타 사항 등 여러 사유가 '자진 담임 교체의 탈출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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