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줘 고맙다"던 아버지 임종 지킨 尹대통령

      2023.08.16 06:00   수정 : 2023.08.16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임종하기 20분 전 아버지 곁에 도착해 윤 교수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이날 윤 교수는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윤 교수가 아들인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잘 자라줘서 고맙다"였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부친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전했다.

임종 직전은 아니지만 최근 의식이 있을 때 윤 교수가 윤 대통령에게 한 말로, 부자 사이가 그만큼 돈독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기 전이었던 2021년 4월 당시 윤 교수의 팔을 꼭 잡고 부축하면서 사전투표소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윤 교수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 윤 대통령은 광복절 행사를 마치고 미국에 가기 전에 뵈러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렸던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뒤 윤 대통령은 바로 윤 교수가 입원해있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아버지 윤 교수 옆에서 임종을 지켰다.

윤 대통령은 평소 부친인 윤 교수와의 일화를 자주 소개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선 1960년대 후반 일본에서 학업 중이던 아버지를 찾아갔던 시기를 언급한 윤 대통령은 "우에노역에서 철도를 타고 구니타치역에서 내려서 아버지의 아파트까지 갔다. 지금도 히토쓰바시 대학이 있던 거리가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지난 2월 연세대 졸업식 축사에선 "아버지 연구실에서 방학 숙제도 하고 수학 문제도 풀었다"며 "아름다운 교정에서 고민과 사색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12일에는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집무실을 비롯한 업무 공간을 소개하고 만찬을 대접하기도 했다.

거듭되는 사법시험 낙방에 낙심할 때에도 윤 교수는 윤 대통령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윤 대통령은 기억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16일엔 다음날로 예정된 미국으로의 출국을 앞두고 한미일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내부 회의를 가진 뒤 다시 빈소가 있는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조문을 받는다.


한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부친 빈소에는 정계와 종교계 등 각계 인사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국정공백을 막기 위해 가족장으로 최소화해 진행하고 조화와 조문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화도 전직 대통령과 정당 대표 조화만 받았다.

빈소에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 조화와 한덕수 국무총리, 김진표 국회의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조화가 놓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윤 교수님께서 평소 윤 대통령 지도를 많이 하셨는데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소천하시지 않았을까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조문이 이어진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등 '당 4역'만 조용히 조문을 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이날 저녁 조문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조문을 하면서 윤 대통령과 특별한 말 없이 악수와 함께 위로의 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내실로 이동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에 대한 얘기를 나눈데 이어 윤 대통령이 오는 18일(현지시간) 방문할 캠프 데이비드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도 지난 2008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한 바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윤기중 교수께서 평소 윤 대통령을 많이 지도하셨는데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소천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위로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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