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사찰 대문 더러워 '박박' 닦은 스페인 예술가, 징역 위기

      2023.08.16 10:08   수정 : 2023.08.16 10: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20여년 전에 건립된 유서깊은 대만의 한 도교 사찰에 있는 대문 그림이 만취한 외국인 예술가에 의해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15일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스페인 국적의 예술가가 술을 마신 뒤 전날 새벽 고적 사찰의 문을 닦는 바람에 사찰 대문에 그려진 그림이 훼손됐다.

타이베이 스린경찰서는 한 외국인이 새벽에 사찰 문을 닦고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출동한 경찰은 53세 스페인 국적의 예술가 팡씨가 기름 용해제와 세제 등을 사용해 사찰 문을 닦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사찰 문에 그려진 그림에서 그가 닦고 있던 부분은 빛바랜 듯 색이 변했다.



경찰은 문화자산보존법 위반 혐의로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팡씨는 과거 대만 지방의 사찰들과 협력해 수리와 그림 복구를 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조사에서 팡씨는 "자신의 거주지에서 술을 마신 후 밖으로 나왔다가 사찰 문이 더러워 보여 집에서 도구를 가져와 닦은 것"이라며 "츠센궁이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었는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츠셴궁은 타이베이시 스린구의 3대 고대 사찰 중의 하나로 바다의 여신인 마쭈(천상성모)를 모시는 곳이다. 스린마쭈궁으로도 불리는 이 사찰은 청나라 가경제 원년(1796년) 창립돼 청나라 동치제 3년(1864년) 기존의 위치에 새로운 거리가 들어서면서 현 위치로 이전했다.


마쭈 신앙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돼 있다. 이곳 대문의 그림은 대만 남부 타이난 유명 민속 화가 천위펑이 1960년에 그린 것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경찰은 문화자산보존법 위반 혐의로 이 예술가를 검찰에 송치했고,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소 50만 대만달러(약 2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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