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위기론 확산…정부·금융당국, 대응수위 강화한다
2023.08.20 09:52
수정 : 2023.08.20 09: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국의 부동산발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높고 금융, 외환, 주식시장도 연결 고리가 많다. 중국의 위기가 현실화되면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20일 정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내 '중국경제 상황반'을 설치했다.
기재부를 컨트롤타워로, 한국은행·산업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등과 긴밀한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24시간 주시하겠다는 취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추 부총리는 '중국 경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추 부총리는 "최근 중국 부동산 문제 불거지며 중국 경제 회복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우리나라의 금융,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고위급 소통 채널에서도 '차이나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 주재로 매주 두차례 열리는 '비상 경제 대응 TF'에서 대응책을 논의하고, 매일 오전 차관보 주재로 금융위 상임위원·한은 부총재보·금감원 부원장보 등이 참여하는 '거시 경제 금융 현안 실무 점검 회의'에서도 중국 상황을 상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에서는 당장 금융시장 등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에 투자한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부실이 전이되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등 사태 파장이 커질 경우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데다, 또 다른 부동산업체 헝다(에버그란데) 그룹은 미국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차이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할 경우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1340원대까지 오르며 연고점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디폴트 위기에 빠진 비구이위안과 관련된 국내 금융사의 익스포저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익스포저란 국내 금융회사가 특정 기업이나 지역에 대한 대출금이나 지급보증액, 현지 발행 유가증권 보유액 등을 뜻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결과) 은행권은 익스포저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실물·금융시장에 미칠 당장의 직접적인 파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향후 사태 전개와 중국 당국의 대응 등에 따라 상황이 가변적이어서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기재부 측 판단이다.
이와관련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중국경제 위기론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수요, 투자, 외환 등 다양한 경로로 연결돼 있어 예기치 못한 중국 경제의 정책·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대 중국 투자자산은 최근 10년간 약 2배 증가해 1646억달러에 달한다. 이중 약 60%가 외국인직접투자(FDI)다. 우리나라 외화자금시장에서 중국계 은행 거래비중도 50~60% 정도다. 중국의 국내 외환시장 영향력도 상당하다. 국제금융센터는 중국 경제 위축이 유발할 수 있는 수요, 금융, 공급망 불안 등 차이나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