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설득 끝? 기시다 내일 오염수 방류 결정 "8월말 유력"
2023.08.21 09:55
수정 : 2023.08.21 09:55기사원문
【도쿄=김경민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어민 단체 간부들과 면담한다. 기시다 총리는 어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벌인 뒤 이르면 22일 관계 각료 회의에서 방류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그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후 곧바로 후쿠시마 원전부터 찾았다.
기시다 "오염수 처리,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염수 방류 시설을 시찰한 기시다 총리는 방류 시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전성의 확보나 풍평(소문) 대책 대처의 상황을 정부 전체가 확인해 판단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 언급은 삼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제회의나 양자회담의 기회, 정부 홈페이지를 비롯한 다양한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일본의 대처, 국제원자력기구(IAEA) 포괄보고서의 결론 등을 설명해왔다"며 "그 결과 국제적으로도 과학적인 식견에 근거한 냉정한 대응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향후 폐로 작업이 보다 본격화하는 가운데 착실하게 진행해 나기기 위해선 새로운 시설도 건설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처리수(오염수에 대한 일본 명칭)를 처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해양 방출은 폐로와 후쿠시마의 부흥을 진행시켜 나가기 위해서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직접 나선 기시다, 내일 방류 시기 결정
기시다 총리는 일본 어민 대표 단체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의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과 이날 회담하겠다고 했다. 어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은 그간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이 맡아왔는데 방류 시기가 임박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이다. 그러나 반대 입장을 계속 밝혀온 어민들이 입장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오염수에 대한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어업인의 이해를 얻기 위해 800억엔의 기금을 창설했다. 이에 어업인들은 지난 6월 채택한 특별 결의에서 "신뢰 관계를 쌓아 올리는 대응을 실시해온 것은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고, 7월에는 반대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과학적인 안전성에 관해 일정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기자단에 "어입인과의 신뢰 관계가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후쿠시마 어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거세다. 노자키 데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총리가) 무엇을 파악해 이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방류 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안전한 방류가 유지되고, 후쿠시마의 어업이 존속될 수 있어야만 비로소 국가의 약속이 이행됐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도쿄전력은 올여름 오염수를 ALPS를 거쳐 수중 트라이튬(삼중수소) 농도를 국가 기준치의 40분의 1(1L당 1500베크렐㏃ 미만) 수준까지 떨어뜨린 다음 해저터널로 원전 앞 1㎞ 해역에 흘려보낼 계획이다.
오염수 방류 시점과 관련, 현지 언론들은 이달 말을 유력시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8월 하순에서 9월 전반 사이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교도는 최근 "8월 하순을 축으로 검토해 방류 시기를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22일 관계 각료 회의를 열어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와타나베 히로미치 부흥상 등과 협의해 방류 시작 시기를 결정한다.
일본인들도 헷갈려 "정부 설명 불충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일본인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전날 교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에 찬성한다는 견해는 29.6%, 반대한다는 의견은 25.7%로 나타났다.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 없다'를 택한 응답자가 43.8%로 가장 많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30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찬성'이 58%, '반대'가 30%였다.
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이른바 '소문(풍평) 피해'가 일어난다는 견해는 88.1%에 달했다. 일본에서 소문 피해는 통상적으로 근거 없는 소문이 확산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오염수 방류에 관한 일본 정부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응답률은 81.9%로 '충분하다'고 답한 비율 15.0%보다 훨씬 높았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오염수의) 해양 방출은 장기간에 걸친 대처"라며 "안전성의 확보와 풍평 대책의 대처에 대해서 도쿄전력 회장, 사장의 리더십 아래 전사적으로 긴장감을 갖고 만전을 다하도록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