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70년 SK네트웍스, 종합상사 사업 다 버렸다

      2023.08.21 16:30   수정 : 2023.08.21 17: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창사 70년, SK네트웍스의 변신이 빨라지고 있다. 2년전 '사업형 투자회사' 전환을 선언한 이후 글로벌 유망 초기기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외 스타트업 지분 투자액은 2500억원을 넘어섰다.

이같은 SK네트웍스의 중장기 미래 투자가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국내외 스타트업에 2500억 투자


21일 SK네트웍스는 지난 2018년 컬리(마켓컬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미래 유망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스타트업에 2500억원의 지분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컬리 지분 투자부터 현재까지 디지털 전환(DT), 웹3(Web3), 지속가능성 등 세가지 테마로 20여건 2500억원 규모의 직·간접 지분 투자를 했다"며 "현재도 추가, 후속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컬리 투자는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사로의 전환을 이끈 신호탄이다. 스타트업 첫 지분 투자이면서 상당한 이익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SK네트웍스는 2018년부터 3년간 세차례 총 234억원(지분율 3%)을 투자, 지분을 모두 보유 중이다. 컬리의 상장이 연기된 가운데 SK네트웍스의 현재 기준 수익률은 30% 정도로 추산된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반기에 AI 기반 디바이스·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 휴메인에 2200만달러, AI 스마트팜 스타트업 소스.ag에 2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어 지난 7월 국내 데이터관리 분야 선두기업 엔코아를 인수(884억원)한 것도 AI 기술 투자의 연장선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트랙터 무인자동화 솔루션기업 사반토(400만달러) △버섯균사체 바이오소재 기업 마이코웍스(2000만달러) △핀테크 스타트업 포트원(1030만달러) △무인결제 솔루션기업 스탠더드코그니션(2500만달러) 등에 지분 투자했다. 소프트뱅크 벤처스펀드 등 여러 국내외 투자 펀드에도 투자하고 있다.

"미래 투자와 기존 사업 혁신 동시에"


SK네트웍스는 지난 2021년 기존 종합상사의 영역을 벗어나 사업형 투자사로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성장성 높은 미래기술에 투자, 이를 활용해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지주사들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기존사업 모델 자체를 투자사로 바꾸겠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호정 SK네트웍스 총괄사장(대표이사)은 "SK네트웍스의 글로벌 투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래 투자와 보유 사업 혁신을 동시에 이끌며 회사 가치를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2018년 컬리 투자 이후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스타트업의 요람 미국 실리콘밸리로 눈을 돌렸다. 최신원 전 회장의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이 스타트업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글로벌 투자는 자체 인적 네트워크(하이코시스템)를 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창업자, 투자자, 기술·경제·법률 전문가 등 200여명으로 구성된 인적네트워크다. 이를 기반으로 SK네트웍스는 2020년 미국 현지에 투자 전문법인(하이코캐피탈)을 설립,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12월 사장으로 승진한 최 사장이 투자 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 사장은 "초기 단계를 넘어 글로벌 투자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직물업체서 상사 넘어 미래 투자사로..70년의 변화


올해로 창사 70년, SK네트웍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급변했다. 직물회사(1953년 선경직물)로 시작해 트레이딩, 마케팅 중심의 종합상사(SK상사→SK글로벌→SK네트웍스)로 사업을 오랫동안 이어갔다. 의류·직물 사업을 매각한 2003년 사명을 SK네트웍스로 바꿨다. 십수년 SK그룹의 종합상사 역할을 해왔다.


SK네트웍스는 SK매직을 시작으로 렌탈 사업을 확장했다. 2016년 동양매직을 약 3000억원에 인수, SK매직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어 2019년 당시 업계 3위 AJ렌터카를 약 6000억원에 인수, 기존 관련 사업과 합쳐 SK렌터카로 재편했다. SK네트웍스는 최근 주식 공개매수 등으로 SK렌터카 보유지분(현재 72.9%)을 100%로 늘려 완전 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

두 업체 인수로 SK네트웍스는 상당한 부채(올 1·4분기 기준 부채비율 290%)를 지게 됐으나, 렌탈 사업은 회사의 핵심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됐다. 렌탈 사업 성장세로 SK네트웍스는 올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1177억원)이 201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던 2017년엔 패션, LPG, 에너지마케팅(비직영 주유소) 등 기존 사업을 대거 매각했다. 이어 2020년엔 석유제품 소매판매(직영주유소) 사업, 호텔·골프장 사업도 팔았다. 철강 트레이딩 사업도 철수, 사실상 종합상사 사업에 막을 내렸다. 남은 것은 화학 소재 트레이딩 뿐이다.

대신 SK네트웍스는 모빌리티 사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전기차 충전업체 두 곳을 800여억원에 인수(한 곳은 지분투자), 전기차 급속충전 사업(SK일렉링크)에 뛰어들었다.

현재 SK네트웍스는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연 4조~5조원) 차지하는 휴대폰(SK텔레콤) 도매 유통(정보통신사업부)과 스피드메이트(자동차 정비), 워커힐(호텔)이 본체 주력 사업이다. 여기에 SK매직, SK렌터카, SK일렉링크(전기차 충전), 민팃(중고 휴대폰 유통), 카티니(온라인 모빌리티 쇼핑몰) 등 7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SK네트웍스 최대 주주는 SK㈜(지분율 41%)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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