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낙인보다 치료에 초점 맞춰야"

      2023.08.21 18:13   수정 : 2023.08.21 18:30기사원문
"마약사범의 상당수는 경제적 빈곤을 이기지 못한 이들이다. 마약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엄벌주의에 기초한 처벌에 집중할 것이 아닌 마약 치료 등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만난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사진)는 최근 급증하는 마약범죄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이 같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약범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지난해 1만8395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치를 찍었다.
특히 문제는 20·30세대 마약사범 비중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 박 변호사 역시 이 같은 현상을 현장에서 체감한다.

그는 "의뢰인의 절반 이상이 20~30대"라며 "클럽에서 엑스터시와 케타민 등 1회 투약분이 10만원 이상 나가는 마약을 하는 이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야바 등 값싼 마약을 접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마약사범 상당수가 경제적 빈곤을 이기지 못해 마약범죄의 유혹에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흔히 마약사범이라고 하면 투약자만 생각하기 쉽지만, 돈을 벌기 위해 드랍퍼(중간유통책)로 일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어가는 사례도 많다"며 "경제 문제로 인한 가족 간의 불화와 코인 투자로 인한 파산, 사업실패로 인한 부채 증가 등 일상적 이유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거나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마약범죄에 가담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 변호사 일 이외에도 국무조정실 산하 마약류대책협의회 민간위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안전관리 심의위원회 위원,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겸임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마약사건 전문 법조인이다. 처음부터 마약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다. 변호사 초기엔 이혼사건을 주로 맡았다. 그러던 중 국선변호사 생활 2년 차인 2004년에 서울중앙지법 형사제9부, 즉 마약전담재판부를 담당하면서 마약사건을 수임하기 시작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수임한 사건을 끝내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마약에 대해 공부했고, 2015년에는 중앙대에서 '대마의 비(非)범죄화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이렇게 전문지식까지 쌓으며 마약전문 변호사로 성장한 원동력은 의뢰인들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박 변호사는 "의뢰인으로 만난 상당수의 마약사범은 이미 몇 번이나 감옥에 다녀온 누범자인 경우가 허다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 사람들은 마약을 왜 계속할까'와 '재판정에서 다신 안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왜 돌아올까' 등 자연스럽게 마약사범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면서 "궁금한 건 또 못 참는 성격이므로 마약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마약사범이 우리와 같은 똑같은 인간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약사범이라고 해서 머리에 뿔이 달린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마약에 취해 있지 않을 때는 부끄럼 많고 수줍은 똑같은 인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평범한 사람이 순간 빠져들 수 있는 게 마약이다.
마약사범들을 사회에서 배제할 수는 없는 이상, 정상적으로 나와 사회에 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전과자란 낙인을 찍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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