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야".. 흉기난동범 '커플' 모자·티셔츠? 경찰 제공이었다
2023.08.22 09:26
수정 : 2023.08.22 09:26기사원문
신림 칼부림 조선-성폭행범 최씨, 검은 모자에 똑같은 파란색 티
대낮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공원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최모씨(30)는 지난 19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최씨에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 파란색 티셔츠를 제공해 얼굴을 가릴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3일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선(33)도 법원으로 이송될 때 경찰이 제공한 상의를 입은 채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가렸다.
경찰의 이 같은 조치는 신상 공개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범죄자의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경찰 내부 지침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상공개 전까지 보호하는 경찰 내부지침 '논란'
이에 누리꾼들은 오랜 심의를 걸친 뒤에야 신상 공개 여부가 결정되는 현 제도가 범죄자의 인권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했다. 이들은 "신상 공개 머뭇거리는 이 나라 제도 이해 안 간다", "범죄자 대우가 상전급이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신상을 공개한 뒤에도 문제다. 범죄자의 현재 모습을 알기 어려운 과거 증명사진 등이 사용되면서 신상 공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살인범도 본인이 싫으면 안찍는 '머그샷'도 도마위
경찰이 구금 상태에서 사진을 찍는 이른바 '머그샷'을 공개하려면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피의자 신상 공개 관련 내용을 적시하고 있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엔 머그샷 촬영과 공개에 관련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얼굴 공개 여부에 대한 조항만 담겨 있을 뿐 ‘사진 촬영’이라고 명시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9년 법무부가 내린 “현행법상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수는 있지만 피의자가 사진 촬영을 거부할 경우 촬영할 수 없다”라는 유권해석이 사실상 유일한 규정으로 적용되고 있다.
경찰청 훈령인 ‘경찰 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역시 법무부 유권해석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확보했거나 피의자 동의를 얻어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물만 공개토록 하고 있다.
경찰 출석할 때도 모자 푹 눌러써.. 고유정이 대표적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거나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고 피의자를 호송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촬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피의자가 모자나 마스크, 안경 등을 사용하거나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릴 경우 제재할 수 없다. 법정 등 공개적인 장소에 나올 때 일명 ‘커튼 머리’로 얼굴을 가린 고유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해외에선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범죄자의 신상을 원칙적으로 공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미국은 정보자유법에 따라 체포 과정을 공개하기도 하고 형이 확정되기 전부터 머그샷을 공개한다. 마이클 잭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키아누 리브스 등 유명 헐리우드 배우들도 머그샷 공개를 피하지 못했다. 1977년 교통법규 위반으로 체포된 빌 게이츠 머그샷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머그샷 공개 제도는 없지만 강력범의 얼굴과 실명은 그대로 공개한다. 중국도 강력범죄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 등의 경우 체포 즉시 얼굴을 공개하며 영국도 범죄자의 신상 공개를 제한하는 법률이 따로 없다.
범죄예방 위해 공개범위 늘려야한다는 목소리 커져
이에 국내에서도 특강법이 규정한 피의자 신상공개의 목적이 국민 알권리와 피의자의 재범방지와 범죄예방임을 고려해 공개 범위를 넓히고 규정을 구체화하기 위한 입법제안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 공개 시 과거가 아닌 현재의 인상착의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이 7건 발의됐다. 각 개정안에는 피의자 얼굴 공개가 결정된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하도록 하거나 필요한 경우 수사 과정에서 취득하거나 촬영한 사진·영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피의자가 직접 얼굴을 공개할 때도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다만 해당 법안들은 모두 현재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