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수해현장서 극대노, "내각 극심하게 문란" 맹비난(종합)
2023.08.22 15:21
수정 : 2023.08.22 15:21기사원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태풍 침수 피해 현장에서 김덕훈 내각총리를 겨냥해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며 거친 언어로 비판하면서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을 예고됐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 복구 현장을 김정은이 지난 21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총리와 간부에 책임돌려 수령 김정은 자신은 책임 회피 의도
이곳은 간석지 제방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닷물에 제방이 파괴되면서 간석지 구역이 침수된 현장이다.
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조용원·김재룡 당 비서,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 최근 복귀한 박정천 전 비서 등과 동행했다고 전했다. 다만 김덕훈은 수행하지 못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김정은은 허벅지까지 이르는 물에 잠긴 논에 직접 들어가면서 "어떻게 되어 내각과 성, 중앙기관의 책임 일군들은 현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 강조하고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통신은 제방이 터져 물이 넘쳐 흘러드는 사진도 여과없이 보도했다. 간부들의 잘못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드러내 비난의 근거를 대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정은은 "최근 몇 년 어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의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그는 "간석지 건설국장은 공급받은 연유를 떼 몰래 은닉해놓는 행위까지 했다는데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라며 "정부 지도간부들과 지방 행정경제일군들은 여전히 둔감해 있다. 뻔뻔스럽고 불손하기 그지없는 태도"라고 거칠게 비난을 퍼부었다.
■"당사자들 색출, 당적, 법적 단단히 문책 엄격히 처벌" 명령
김정은은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지적 저능아들, 책무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을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전 국가적으로 농작물 피해방지 대책을 철저히 세울 데 대해 특별히 강조하는 시점에조차 일군(간부)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성이 난무하게 된 데는 내각총리의 무맥한 사업 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며 이어 "(김 총리가) 대책답지 못한 대책을 보고해놓고는 그나마 너절하게 조직한 사업마저도 료해(파악)해보면 피해 상황을 대하는 그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에도 군대가 전적으로 달라붙어 해달라는 자세"라며 '국가 알곡 생산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안석 간석지 복구사업을 군부대에 맡기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경제사령부를 이끄는 총리답지 않고 인민 생활을 책임진 안주인답지 못한 사고와 행동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내각총리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사상 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비난했다.
김덕훈은 2020년 59세 나이로 경제를 총괄하는 총리에 올랐다. 권력의 정점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으로, '김정은 최측근'을 상징하는 가죽 롱코트를 걸치고 경제 현장 시찰에 나서는가 하면 주요 행사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이름이 불리는 경우도 잦아 실세로 평가됐다.
■수령의 위상 추락 우려한 국내정치적 성격, 10년 이상의 총체적 경제 실패 원인
전문가들은 이번 현지 지도는 북한정권 지키기와 관련해 김정은이 회의장이 아닌 현장을 직접 찾아 수령이 인민의 안위를 무척이나 신경 쓴다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 북한주민의 불만을 달래는 국내정치적 성격이 있으며 경제난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간부들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침수까지 발생해 인민의 불만이 고조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경제살리기를 핵심정책으로 내세운 바 있다. 2013~17년까지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추진했고 2018년에는 경제건설 총력집중으로 변화시킨 후 하노이 노딜 후 북핵 고도화에 올인하며 경제를 후순위로 미루다가 2022년에는 병진노선 2.0을 추진하는 듯했지만 성과는 사실상 전무했다는 것이다.
반 교수는 "김정은의 김덕훈 비판은 단지 침수피해라는 지금의 상황 뿐 아니라 10년 이상의 총체적 경제실패에 대한 책임을 포괄적으로 전가하려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인민에게 내세울 것이 핵무기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한 상태로 인민은 핵무기로는 배고픔을 달랠 수 없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어 이제는 책임전가를 하지 않으면 수령의 위상이 추락할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내면서 김 총리를 위시한 당간부와 지방행정일군을 그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란 해석이다.
그는 이어 "한국과 국제사회는 핵무기에 올인하며 식량위기를 몰고 오고, 인권유린까지 저지르는 북한의 국가 불기능 상황을 지적함으로써 대북 강압의 수위를 높여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다만 비핵화를 통해서 국제사회에 나오면 식량위기나 경제난을 한 번에 풀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