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고육지책'... 관악산 산악순찰대 "주민 불안 해소하겠다"
2023.08.23 15:46
수정 : 2023.08.23 15:46기사원문
세찬 비가 쏟아진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공원을 지나던 시민이 인적이 드문 지역에 나타난 2명의 경찰을 보면서 한 이야기다.
최근 이 공원 등산로에서 강간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21일부터 '산악순찰대'를 신설하고 순찰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산악순찰대는 총 10명의 인원으로 구성되며 서울 관악경찰서 관내 지구대·파출소에서 자원한 10명의 경찰관이 순찰을 나선다. 이들은 2인 1조로 관악산 인근을 두르고 있는 둘레길을 5개 코스로 나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순찰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단봉·무전기·수갑 등을 소지했다.
박인구 관악서 112상황실장은 "경찰이 일대를 순찰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불안감을 한층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민·관·경 협업 체계를 확실히 구축하여 경찰의 인력과 장비뿐 아니라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요소를 총력 투입해 불안감을 조기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산악순찰대 편성으로 일단 시민들의 불안감은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둘레길은 산악 지대 특성상 일부 산림용 폐쇄회로(CC)TV를 제외하고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때문에 해당 지역 최근 강간 살인 사건 외에도 6개월 전 자살 사건이 일어나는 등 인적이 드물고 치안 공백이 있었다.
다만 산악순찰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산악순찰대가 편성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2016년에도 관악경찰서는 산악순찰대를 운영했다. 당시 수락산 여성 등산객 살인 사건을 계기로 약 3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이번에 둘레길에서 사건이 벌어지자 산악순찰대를 부활시켰고 1개월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따라서 1개월 이후에도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구나 현재 경찰은 현장 투입 인력에서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10명의 인원이 지역 경찰에서 빠지게 되면 타 지역 순찰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전까지 둘레길에서 범죄 신고는 거의 없던 상황이다.
관련해 박 실장은 "계속되는 사건으로 현장 인력의 한계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안이 엄중한 만큼 어느 정도 감수하고 다른 지역의 순찰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산악순찰대에 지원한 서울 관악경찰서 미성파출소 소속 김정우 경장은 "중요 사건 이후에 꼭 필요한 업무라 생각해서 자원했다"며 "힘든 점도 있지만 주민들이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