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정원'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2023.08.24 15:12   수정 : 2023.08.25 08:30기사원문

1980~90년대 한국 서울의 주택가 풍경은 아파트와 중소형 빌딩 중심인 지금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아담한 철대문과 높지 않은 시멘트 담장, 그 안으로는 어린아이 예닐곱이 뛰어놀만한 너비의 마당이 있었다. 또 마당 한편엔 벽돌로 소박하게 단을 쌓아 올린 화단이 있었고, 할머니나 어머니가 애써 심은 갖가지 화초들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었다.

화려하진 않았어도 현관문 밖만 나서면 마주치는 꽃과 풀이 자라나는 동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했을 터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도시인들이 개인 정원이 부족한 아파트, 다가구주택에 산다.
단지 내 조성된 조경과 공용 휴식 공간을 누릴 수 있긴 해도 한가로이 숨을 내쉬며 감상하기엔 무언가 아쉽다. 서울·경기권에 사는 인구는 대략 2300만명. 이들에겐 어떤 마당이 필요한 걸까. 수백수천 종에 달하는 식물들이 시민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곳. 매일 갈 수는 없지만 종종 나들이 삼아 들려 가뿐하게 숨 쉬기 좋은 도시의 정원들을 소개한다.


도시인이 원하는 정원의 이상형, 서울식물원


서울시 강서구 마곡도시개발지구 일대에 조성된 서울식물원은 ‘서울 최초의 도시형 식물원’이라는 수식어답게 50만4000㎡(약 15만2000평)의 대지에 8000종 이상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첫 인상은 화려하고 세련된 기품을 자랑하는 외국 여왕의 온실 같다. 생전 보기 힘든 이국적인 꽃과 나무들이 있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화초들이 내뿜는 향기만으로도 다른 나라에 온 듯 여행의 기분을 선사한다. 식물원 본원과 공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인근 주민들이 운동 겸 산책 삼아 매일 찾기도 하는 곳이다. 지하철 9호선과 5호선, 공항철도 역사가 가까워 대중교통으로 쉽게 방문할 수 있다.

24시간 개방된 공원으로는 열린숲·호수원·습지원이 있고, 유료 구간인 식물원은 주제정원과 온실로 나뉘어 운영된다. 오목한 접시 모양의 온실에는 열대와 지중해에 위치한 12개 도시 자생식물이 전시돼 있어 기후대의 특색 있는 식물 정보와 식물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열대관에는 5m 높이의 스카이워크가 있어 키가 큰 나무들을 더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 주제정원은 한국 전통정원부터 계절 꽃을 전시하는 오늘의정원 등 8가지 주제별로 색다른 야외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식물원 주변에는 마곡산업단지 내 기업 빌딩들과 'LG아트센터 서울’ 공연시설, 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밀집된 마곡나루역 상권이 둘러싸고 있다. 또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일품인 열린숲 공원의 끝자락에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호텔이 자리해 있다. 공원과 맞닿아 있는 위치 덕에 주중 바쁜 일상을 보낸 직장인부터 주말 데이트를 계획한 연인, 아이들과 호캉스를 누리러 온 가족들에게 인기가 있다.


테마정원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 푸른수목원


서울시 최초의 시립수목원인 푸른수목원은 지난 2013년 개원해 2018년 서울시 제1호 공립수목원으로 지정됐다. 서울시 구로구 항동에 자리한 20만956㎡(약 6만789평) 규모 대지에 1400여종의 국내 자생식물을 보유한 20개의 주제정원, KB숲교육센터(전시온실), 항동저수지, 잔디마당, 북카페, 안내센터 등이 있다. 주제정원에는 오색정원, 야생화원, 수국원, 침엽수원, 활엽수원, 구근원, 계류원, 습지원, 숙근초원, 장미원, 어린이정원 등 다양한 연령대와 관심사를 반영한 테마정원 형태로 꾸려져 있다. 초승달 모양으로 지어진 전시온실에서는 열대 아프리카, 호주, 멕시코 등에서 자생하는 외래 식물을 관찰하고, 각 나라의 특성 있는 유용자원식물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또 수련, 줄, 억새 등의 수생식물과 물닭,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금개구리 등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항동저수지는 시골에 온 듯 편안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외에 ‘텃밭체험’ 등 가드닝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농식물도 아름답게 감상한다, 율봄식물원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율봄식물원(율봄농업예술원)은 팔당 호반에 인접한 약 6만6000㎡(약 2만평) 규모의 야외 공간에 조성된 실외 식물원이다. 농업을 재배와 생산 관점에서만 보는 게 아닌 예술적 시각에서 가꾸고 작품화시켜 볼거리와 쉼터를 제공, ‘농촌예술테마농원’이라 불린다. 계절별로 피고 지는 꽃들과 나무를 일 년 내내 관찰할 수 있고, 계절별 생산되는 겨울 딸기, 여름 토마토, 봉선화 등 농작물과 식물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철쭉동산, 소나무정원, 초록잔디정원, 상록수정원 등 테마정원 사이사이로 자연 산책로가 잘 다듬어져 있어 산책하기에 좋다. 또 곳곳에 평상과 벤치가 마련돼 있어 농촌에 온 듯 느긋하게 쉬어갈 수 있다. 현재는 봉선화 시즌이 진행되고 있어 야외 정원 곳곳에 봉선화와 서양 봉선화(산파첸스)가 분홍의 고운 빛을 발산하고 있다. 봉선화는 여름에서 가을까지 꽤나 오랜 기간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방문객들은 봉선화 손톱 꽃물들이기 등의 체험으로 옛 추억을 떠올려볼 수 있다.


볼거리 많아 곳곳이 포토스팟, 영흥수목원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영흥수목원은 14만6000㎡(약 4만4000평)의 유료 수목원 공간과 35만5937㎡(약 10만8000평) 규모의 무료 영역인 영흥숲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수목원은 크게 꽃과 들풀 전시원, 전시숲, 생태숲으로 나뉜다. 이중 꽃과 들풀 전시원은 방문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시설로, 방문자센터 앞 사면에 조성된 화려한 블루밍가든부터 확 트인 잔디마당, 계철초화원, 수연지와 손실, 겨울정원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전시 공간이다. 온실에는 다양한 아열대 식물로 만든 정원을 배경으로 세계 각국의 특이한 수련과 연꽃을 볼 수 있다. 정조대왕의 효심과 사상을 기억하는 화계와 돌담, 계류와 연못으로 이루어진 ‘정조효원’, 크고 작은 돌과 함께 건조에 강한 식물, 침엽수 등을 심어 이색적인 경관을 연출한 ‘암석원’, 바람에 흔들리는 경관을 연출하는 사초류, 벼와 식물을 수집하고 소개하는 ‘그라스원’ 등이 주요 볼거리다. 전시숲과 생태숲에서는 관상용 수목과 중부 온대수림의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개관 2년째를 맞은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경기도 부천시)와 세미원(경기도 양평군)도 수도권 시민들이 방문하기에 좋다. 수피아는 열대 및 아열대 지방의 다양한 수종을 볼 수 있는 데다 사계절 내내 전시·이벤트를 진행해 날씨와 상관없이 방문할 수 있는 지역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 2004년 개원한 세미원은 대표적인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공원으로, 100여종의 수련을 심어놓은 세계수련원의 경관이 빼어나 연꽃 사진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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