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 성악가 뺨 때린 거장 지휘자..이유 물어보니 "무대 잘못 내려가서"
2023.08.26 13:31
수정 : 2023.08.26 15: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무대에서 내려와 잘못된 방향으로 향했다는 이유로 성악가를 때린 거장 지휘자에게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로크 음악 해석과 고음악 연주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영국 출신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80)가 공연 중 성악가 윌리엄 토머스(28)를 때린 데 대해 사과하고 유럽 투어의 남은 공연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가디너는 지난 22일 프랑스 이제르주 라 코트 생 앙드레에서 열린 베를리오즈 페스티벌 공연 중 윌리엄의 얼굴을 때렸다.
한 관계자는 가디너가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트로이 사람들'의 1막과 2막이 끝난 뒤 토머스가 무대에서 내려와 잘못된 방향으로 향했다는 이유로 그를 백스테이지에서 때렸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가디너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가디너는 다음 날 공연에 불참하고 돌연 런던으로 가 주치의를 만났다.
토머스는 심하게 다치지는 않아 수요일 공연에 예정대로 출연했다.
가디너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베를리오즈 페스티벌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깊이 후회하며 공연 후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것에 대해 전적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 행동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윌 토머스에게 사과했다"며 "이번 일로 불쾌했을 다른 아티스트에게도 마찬가지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가디너는 자신이 설립한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낭만과 혁명 오케스트라와 함께하기로 예정된 유럽 투어의 나머지 공연에서도 모두 하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토머스의 소속사 측은 "토머스는 앞으로 예정된 여러 페스티벌에 예정대로 참가할 것이며, 이번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모든 음악가는 학대나 신체적 손해가 없는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몬테베르디 합창단·오케스트라 측은 "22일 발생한 사건에 대해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존중과 포용은 우리의 근본 가치이며 연주자들과 직원의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가디너가 하차하면서 남은 투어 일정은 몬테베르디 합창단·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인 디니스 수사가 맡는다.
한편 바로크 음악을 당 시대의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는 역사주의 음악의 대가로 평생 바흐의 음악을 연구한 가디너는 몬테베르디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낭만과 혁명 오케스트라, 실내악단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트를 창설했다.
그는 1990년대에 베토벤 교향곡 전곡, 모차르트의 주요 오페라를 녹음한 앨범을 발표했으며, 2000년에는 바흐 서거 250주년을 맞아 각국 교회와 성당에서 바흐의 칸타타를 녹음하는 완주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찰스 3세의 대관식에서 지휘를 맡았다.
그러나 가디너는 까다롭고 쉽게 만족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가디너는 2010년에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성격에 대한 질문에 "결백을 주장해도 되나? 나는 참을성이 없고 짜증을 잘 내며 항상 연민을 갖고 있진 않다. 그러나 여러분이 들은 것만큼 악랄하게 행동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오케스트라의 구조는 비민주적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