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 아버지' 故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스러진 자동차 왕국의 꿈'

      2023.08.27 01:25   수정 : 2023.08.27 01: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6일 별세한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을 언급함에 있어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코란도와 무쏘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인은 엄청난 '자동차광'이었다. 어린 시절, 부친 고 김성곤 쌍용그룹 회장의 벤츠를 혼자서 몰래 분해해 조립할 정도로 차에 관심을 가졌으며, 미국 유학 시절엔 레이싱 스쿨을 수료했을 정도다.

자동차에 대한 그의 애정은 1986년 한국 최초의 자동차 회사인 동아자동차 인수로 이어졌다. 동아자동차를 인수한 이듬해인 1987년엔 영국의 스포츠카 회사인 팬더 웨스트윈즈도 인수했다.



고인은 자동차를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각오 아래, 1988년 사명을 쌍용자동차로 바꾸고, 그해 국내 첫 4륜구동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코란도 패밀리를 출시하며 '지프형 자동차' 시장을 본격 키웠다.

특히, 1990년대 들어선 경쟁사인 현대차, 대우 등과의 지명도 격차를 좁히기 위해 독일 벤츠와 기술·자본 제휴를 맺는 등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4륜구동 중형 SUV '무쏘', '뉴코란도', 소형 승합차 '이스타나', 고급 세단 '체어맨' 등이 벤츠와 제휴로 탄생했다. 벤츠가 해외 기업에 설계기술을 공개하고, 차체를 공동 개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진행됐다. 1994년에는 완성차 생산거점인 평택공장에 이어 창원에 엔진 생산공장을 준공했고, 1995년에는 평택에 이스타나 등 소형 상용차 전용공장을 세우는 등 생산 역량도 확충했다. 독일에 합작판매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과감한 투자는 리스크를 수반한다. 동아자동차 인수 당시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1조원 가까운 부채를 안게 됐고, 현대정공의 갤로퍼 출시로 SUV시장에서 쌍용차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체어맨' 개발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3조 4000억원 규모의 누적된 채무를 이기지 못하고 1998년 대우차에 매각됐고, 이 여파로 그룹도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후 쌍용차는 대우그룹, 중국 상하이차(2004년 인수), 기업회생절차, 인도 마힌드라그룹(2011년 인수) 등으로 부침을 겪었다.
그러다가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지난해 KG그룹에 최종 인수되면서 현재는 경영 정상화 길을 걷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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