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패턴,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보복 소비는 옛 말
2023.08.27 02:56
수정 : 2023.08.27 02:56기사원문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팬데믹 직전인 2019년 흐름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팬데믹 봉쇄를 거쳐 일상생활 복귀가 시작되자 기다렸다는 듯 대거 물건들을 사들이는 이른바 보복소비가 이제 잦아들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소비와 비슷한 흐름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보복소비 실종은 지난주 메이시백화점, 딕스스포팅굿즈, 풋락커 등 주요 소매업체들의 저조한 실적·전망과 이에따른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보복소비
미 소비자들은 팬데믹 기간 좀이 쑤셨다.
온라인 쇼핑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갈증이 쌓였고, 정부 지원금과 강제 외출 통제 속에 통장에는 돈이 두둑해졌다.
일상생활 복귀는 현금이 풍부한 소비자들을 소비 광풍으로 몰고 갔다.
소비자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미친 듯 물건들을 사들였다.
이른바 보복소비다.
인플레이션·부채 증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26일(이하 현지시간) 분석기사에서 일상생활 복귀가 확실하게 자리잡으면서 미 소비자들의 보복소비 광풍은 잦아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팬데믹 영향으로 공급망이 차질을 빚으면서 촉발된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고금리 속에 부채가 불어나면서 소비 패턴은 달라지고 있다.
재화에 집중됐던 재량적 소비지출이 이제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메이시 최고경영자(CEO)제프 제닛은 22일 WSJ과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아직 상당한 저축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지출에 좀 더 까다로워졌다"면서 "더 많은 돈을 (물건을 사는 대신) 서비스와 경험 소비에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 소비 패턴 복귀
팬데믹 초기 소비자들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 가꾸기에 공을 들였다. 거실, 침실, 주방 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또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도 재고가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그러나 이제는 옛날 얘기다.
배스앤드바디웍스 CEO 지나 보스웰은 실적 발표에서 손소독제, 방향제 등의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스웰은 올해 매출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팬데믹 기간 스타 대접을 받았던 커넥티드 운동기구 업체 펠로톤인터랙티브는 그 충격을 가장 크게 받는 곳 중의 하나다. 운동 기구 위에 설치된 대형화면에서 인터넷으로 코치와 연결해 마치 체육관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운동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폭발했던 펠로톤 운동기구들은 이제 찬 밥 신세다.
펠로톤은 구독자 급감 속에 올들어 주가가 26% 넘게 폭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5% 가까이 급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할인점은 여전히 인기
소비자들이 재화 대신 서비스와 경험 소비를 늘리고 있지만 물건을 싸게 파는 곳들은 여전히 인기다.
높은 물가 상승세를 따라 가지 못하는 더딘 임금 상승세로 소비자들의 호주머니가 얇아지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매달 일정하게 지출해야 하는 주택비용, 전기비, 물값, 차량유지비 등을 내고 나면 막상 손에 남는 돈이 별로 없는 소비자들이 값이 싼 물건들을 파는 곳에 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 '천원숍'인 달러트리는 고전하는 일반 소매업체들과 달리 매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의류 소비가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할인된 가격으로 옷을 파는 할인의류소매체인 벌링턴스토어스도 탄탄한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들 역시 고객 1인당 지출이 줄어들면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