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태풍에 급등한 식료품 가격, 엘니뇨 이어지면 식량가 최대 7% 높아진다
2023.08.28 06:00
수정 : 2023.08.29 11: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집중호우와 폭염 등 기상여건 악화로 채소·과일값이 급등한 가운데 엘니뇨(el nino) 등 이상기후가 이어질 경우 국제식량가격이 5~7%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쌀을 제외한 곡물 대의의존도가 높은 한국 특성상 국제식량가격이 오르면 가공식품과 외식물가도 오를 수 있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식료품물가 상승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8월 경제전망보고서 중 '국내외 식료품물가(food inflation)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 연구결과에 따르면 향후 국내외 식료품물가의 오름세는 더디게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물가가 내릴 수 있지만 흑해곡물협정 중단, 인도 쌀 수출 중단 등 상승압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곡물시장은 전체 생산 대비 무역거래 비중이 낮아 주요 수출국의 공급량 감소가 영향을 크게 미친다. 예컨대 세계 1위 쌀 수출국 인도가 쌀 수출을 중단할 경우 국제곡물가격 하락폭이 제한될 수 있다. 세계 2위 쌀 수출국 태국, 세계 밀 수출국 3·5위인 캐나다·호주의 경우 올해 강수량 부족, 가뭄 등으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상 기후와의 전쟁'이 문제다. 한국은행은 "금년 중 강한 강도의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곡물 주산지의 기상이변과 농산물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엘니뇨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예년 평균대비 0.5℃ 이상 높은 상태가 3~6개월 넘게 지속되는 현상이다. 지난 5월부터 해수면 온도가 예년대비 0.5℃ 이상 높은 가운데 하반기엔 1.5℃ 이상 높아지는 '강한 엘니뇨'가 점쳐진다.
한국은행은 "해수면 온도가 예년대비 1℃ 상승할 때 평균적으로 1~2년 시차를 두고 국제식량가격이 5~7℃ 상승한다"면서 "엘니뇨, 이상기후 등이 국제식량가격의 가장 큰 상방리스크로 잠재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곡물 대외의존도가 높아 국내물가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공물자급률은 20.9%로 쌀을 제외하면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식량가격이 오르면 11개월 후에 가공식품 가격으로, 8개월 후엔 외식물가로 최대의 파급 효과를 미친다.
한국은행은 "가공식품 등 식료품과 외식 물가의 경우 하방경직성, 지속성이 높고 체감물가와 연관성이 높다"며 "향후 국내 물가의 둔화 흐름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전체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은 식료품가격이 올라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2022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은 21.5%로 2분위(16.5%), 3분위(15.4%) 등에 비해 높았다. 한국은행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부담이 증대되고 실질구매력이 축소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식료품물가 흐름과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식료품물가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웃도는 가운데 주요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식료품물가가 지난 3월 19.2% 상승해 4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에서는 식료품물가가 지난해 10% 이상 급등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