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루 '매운짜장' 60년 맛, 6개월간 수없이 반복해 구현했죠"
2023.09.10 14:11
수정 : 2023.09.10 14: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과거 청와대에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짜장면집, 물과 전분을 적게 사용해 간짜장 같은 매운 고추짜장으로 유명하던 서울 서촌 중식집 영화루의 맛이 레스토랑 간편식으로 태어났다.
컬리가 최근 컬리 단독 상품인 '컬리 온니'로 출시한 서촌 중식집 영화루의 레스토랑 간편식(RMR) 얘기다. '고추 간짜장'과 '짜장면'은 영화루 짜장면 맛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6개월 간 제조사와 영화루 간 '맛 조율'을 거쳐 탄생한 대표 메뉴다.
이같은 인기몰이 뒤에는 영화루 RMR을 기획한 홍다현 컬리 HMR MD(사진)이 있다. 홍 MD는 10일 서울 강남구 컬리 본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60년 동안 지켜왔던 영화루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고추의 매운맛과 묽기 등을 조절하는 과정을 6개월 간 수도 없이 반복했다"고 말했다. RMR로 출시할 상품을 정하고, 식당 측을 설득하고, 제조사와 식당 간 시제품 피드백을 전달하는 일은 모두 RMR MD의 일이다.
'줄 서서 먹는' 전국 맛집 메뉴를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RMR 시장은 팬데믹의 '집밥 수요'를 타고 급성장했다. 컬리의 RMR 매출은 2017년부터 연평균 200% 넘게 증가했고, 2022년 월평균 매출은 200억원을 넘어섰다. 컬리에서 판매 중인 상품 가짓수는 200여 개로, 이 중 컬리에서 단독으로 판매하는 '컬리 온니' 상품만 100개가 넘는다.
상품 가짓수가 많다고 해서 상품 출시가 쉬운 건 아니다. RMR 기획이 실제 상품 출시로 이어지는 경우는 10개 중 1개가 될까말까다. 식당 측에 RMR 출시를 설득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될 때까지 두드리는 '삼고초려'도 흔하다. 홍 MD는 "첫 방문 때 명함을 드리고, 계속 찾아가 '이만큼 잘 팔 수 있다', '레시피를 주시면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오겠다'고 설득하는 과정에만 수 개월 걸렸다"며 "이미 장사가 잘되는 유명 맛집이다 보니 '너무 귀찮아서 못 하겠다'는 경우도 많다. '잘할 수 있다'는 처음의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식당 측의 '오케이'가 떨어질 때까지 시제품을 만들고, 다시 만드는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홍 MD는 "아주 미세한 맵기와 묽기를 맞추기 위해 식당 대표님과 제조사와 의견을 계속해서 전달하고 조율했다"며 "식당 측의 솔직한 피드백이 있어야 제품 완성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완성된 제품은 컬리가 매주 금요일마다 여는 자체 상품위원회를 통과해야 비로소 고객들과 만날 수 있다. '엄선한 상품만 판매한다'는 컬리 기조 속 상품위원회는 비교적 '빡빡하고 무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5번의 상품위원회를 거치고도 최종 탈락하는 상품이 있을 정도다. "맵기가 적정한 것이냐", "물기 없는 짜장도 괜찮겠느냐" 등의 질문과 맞닥뜨렸던 영화루 RMR 상품은 두 번 만에 상품위원회를 통과했다. 홍 MD는 "식당에서 파는 맛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긴 시간 노력했기 때문에 상품위원회 때 자신 있게 상품을 소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노력은 고객들이 먼저 알아줬다. 홍 MD는 "묽은 일반 짜장이 아닌 춘장 고유의 맛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간짜장을 구현하려 노력했는데, '일반 짜장면 같지 않고 간이 맞다'는 후기를 보면서 그런 노력이 보답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