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강풀 작가 "히어로의 능력은 '공감'…착한 이야기하고파" ③
2023.08.28 15:24
수정 : 2023.08.28 15:24기사원문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연출 박인제, 박윤서)의 대본을 쓴 강풀은 '순정만화' '바보' '이웃사람' '조명가게' 등의 웹툰을 선보이며 한국 웹툰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여러 작품의 영화화에도 '원작 웹툰 작가'의 위치로만 있었던 그는 '무빙'을 통해 직접 대본을 썼다. 평면의 웹툰 배경에서는 '납작'할 수 밖에 없었던 인물들을 보다 더 넓은 공간으로, 보다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었다.
짧고 강렬한 '신' 위주, 빠른 '속도' 위주의 콘텐츠 속에서 그는 OTT 플랫폼에서 보기 드문 20부작 긴 호흡으로 '무빙'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각 캐릭터의 서사가 충분해야만 '무빙'이 가진 정서를 잘 전달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강풀이 그린 이야기는 류승룡 조인성 차태현 등 스타배우들과 신선한 문법의 연출력, 플랫폼의 지원 속에서 '무빙'으로 완성됐다. 긴호흡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쌓아올린 서사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에게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무빙'은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에서 최다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강풀 작가는 28일 뉴스1과 만나 매일 '무빙'을 검색하고 있는 요즘의 일상을 말하며 자신 역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N인터뷰】②에 이어>
-대본을 쓰면서 어려움이 있었나.
▶(제작진에서) 시간 순서대로 가자는 의견이 많았다. 끝까지 반대했다. 아마 어느 드라마 제작진이든 순서대로 가자고 했을 거다. 그런데 안 된다고 했다. 미스터리 구조가 사라지거나, 학생들 이야기가 나중에 나오면 갑자기 평화로워진다거나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순간보다 전체를 봐야 하는 게 작가라고 생각했다. 제작진도 모험이었을 것이다.
-숏폼 시대에 OTT플랫폼에서 20부작의 긴 서사를 하는 게 쉽지 않은데 드라마에서 서사가 중요한 이유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줄거리만 파악하는 방법도 있다. 서사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을 알아야 이야기가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한다. 봉석이 성격이 답답하거나 고지식하다는 반응도 있는데 그게 7화에서 풀리지 않나. 차근차근 밟아나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디즈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고, '무빙'의 성과가 디즈니+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어땠나.
▶디즈니플러스의 편을 들자는 게 아니라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게 빠른 배속으로 보기를 지원하지 않는 거다. 나는 OTT 플랫폼을 8개 이상 구독하는 사람인데 1.5배속으로 보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거다. 그런데 많은 구독자들이 빠른 속도로 보더라. 내가 옛날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무빙'의 공개 방식도 마음에 든다. 7화까지 공개하고 8,9화 이런 식으로 공개하는 거다.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디즈니플러스가 제게는 조력자이지 않나. 좋다.
-청소년 관람불가인데 수위 높은 신을 예상했나.
▶15세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표현에 있어서 한계를 두고 싶지 않았다. (인물들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려면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 싸움을 잘하는 모습보다 애쓰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표현에 한계를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감독님도 같은 생각이셨을 것 같다.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는 이유가 궁금하다. 또 특히 악역이 없는 만화를 주로 해왔는데 이번에는 어떤가.
▶나는 착한 사람이 이기는 이야기를 '그냥' 좋아한다. 내가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나고 보니 (내 작품이) 힘을 합쳐서 이기는 이야기다. 악역이 정말 없었다. '무빙'은 민차장과 두어명 정도 더 있다. 착한 사람이 이기려면 악역이 있어야 하니까. (웃음) 규모가 커지면서 악당이 더 나온다.
-미현이 봉석에게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는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친다. '무빙'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히어로' 의 정의는.
▶가장 중요한 게 공감능력이라는 대사다.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게 공감이지 않나. 하늘을 날고 쓰러져도 일어나고 힘이 세고 그런 능력보다, 사람으로서는 공감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전체를 지배하는 메시지다.
-남은 회차의 관전포인트가 무엇인가.
▶14화까지 어른들의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 자식과 부모들이 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1장 2장을 거쳐 마지막 이야기가 나온다. 그 뒤로 직선으로 쭉 가게 된다. 남은 5화가 거의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이고 원작에 없는 내용도 있다.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다 끝나고 8화를 볼까? 9화를 볼까 다시 한 편씩 빼서 보는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