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리스크 번지나···홍콩 ELS 우려 ‘스멀스멀’
2023.08.29 16:13
수정 : 2023.08.29 18:20기사원문
2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미상환 발행잔액은 20조94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19조8804억원) 이후 매월 증가, 이 기간 1조656억원(5.36%)이 확대됐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값이 일정 수준 이상을 지키면 이자·원금 등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결합상품이다. 반대로 지표가 기준점인 녹인배리어(Knock-In Barrier) 아래로 떨어진 뒤 만기까지 상환조건을 충족 못 하면 하락률 만큼 원금을 잃는다.
미상환 발행잔액 증가는 상환조건을 맞추지 못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ELS에선 40억원대 원금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달 만기 도래 금액(약 103억원) 중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당 상품은 사모·공모를 통해 ELS 묶은 펀드(ELF)와 신탁(ELT) 형태로 2021년에 팔렸다.
ELS 관련 상품은 ‘구간’을 지키는 것이 핵심인 만큼 경기재개(리오프닝)에 힘입어 적어도 횡보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6개월 단위로 주어지는 조기상환 기회를 잡으면 연 9% 안팎 수익까지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겠지만 지수는 기대보다 하방 압력을 세게 받았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돌파했지만 현재는 6000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올해 들어서만 6.84% 떨어졌다.
발행시장도 위축됐다. 지난 3월 2조7003억원이었던 상위 10개 발행사(증권사)의 공·사모 합산 ELS 발행액은 이달 1조7609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달 선두인 신영증권(2117억원)은 3월 1위였던 신한투자증권(4967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재로선 중국 부동산 개발사들이 잇따라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달 완다를 시작으로 이달에는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과 위안양(시노오션)이 달러채권 이자지급에 실패하면서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최근엔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 중룽국제신탁이 3500억위안(약 64조원) 규모의 만기 투자신탁 상환을 연기했다. 이 같은 리스크는 돈을 댄 금융권으로 전이될 여지도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차이나 리스크의 본질은 공급 과잉 제조업 부실, 부동산 버블, 지방정부 부채 등 크레딧 문제”라며 “현재의 주택경기 침체는 공급 측면에서 개발업체 부실과 수요 부문에서 재고 문제가 합쳐져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마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F·ELT 가운데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13조5777억원에 달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