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늘고 호가 뛴 서울아파트… "상급지 갈아타기 움직임"

      2023.08.29 18:15   수정 : 2023.08.29 18:15기사원문
서울 아파트값이 5월말 이후 14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매물은 오히려 쌓이고 있다. 3월 중순 6만건을 넘어서더니 8월 말에는 7만건을 돌파했다. 가격이 오르자 이번 기회에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9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물건은 7만118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8월 통계를 시작한 이후 7만건을 웃돈 것은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물건은 올 1월 최저 4만9198건에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2월에는 5만건대를 유지한 뒤 4월부터는 줄곧 6만건대로 기록했다. 이후 4개월만에 7만건을 넘어섰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줄고 있다. 올 1월 5만2000~5만3000건 수준에서 8월에는 3만~3만1000여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아실 통계에 따르면 전세는 사라지고 매매물건만 쌓이고 있는 셈이다.

반등장 속에서도 매물이 적체되자 일각에서는 '하락장'의 신호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매물이 쌓이는 것은 수요 감소를 의미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볼 때 매물 증가가 가격하락을 예고하는 지표가 아니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물이 늘어난다고 집값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려면 시세보다 싼 급매물이 나와야 하는 데 현재는 집주인이 호가를 높여 매물을 내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집값 바로미터인 잠실 일대의 경우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호가는 상승하고 있다. 잠실동 D 공인 관계자는 "엘스 전용 84㎡만 해도 매물 호가가 24억~25억원대"라며 "현재 실거래가보다 1억~2억 높게 호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매도·매수자간 줄다리기로 거래가 소강국면이나 다소 둔화될 수는 있지만 가격 하락 단초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몰리면서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가격이 올라가니까 이번 기회에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급매물은 현재 자취를 감춘 상태다"라고 말했다.

서울강동구 고덕동 L 공인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엄두를 못냈는 데 가격이 오르면서 팔고 더 좋은 곳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급매물은 사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7월(28일 신고 기준)에 3556건을 기록하고 있다.
남은 신고 기한을 감안하면 전달(3850건)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한편 KB국민은행이 최근 내놓은 월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8월 서울 '매매가격전망지수'는 7월(97.7) 보다 8.1p나 뛴 106을 기록했다.
서울 매매가격전망지수가 100을 넘은 건 2021년 10월(113) 이후 22개월 만이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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