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더 글로리' 흥행 주역 염혜란 "전성기? 행복해"(종합)

      2023.08.30 06:31   수정 : 2023.08.30 06:31기사원문
염혜란,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올 한해 '마스크걸' '더 글로리 파트 1,2' '경이로운 소문 시즌2' 등으로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을 받는 배우 염혜란이 지난 20여년의 연기 생활을 돌아봤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극본 및 연출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지난 18일 7부작 전편 모두 공개됐다.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이자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가해자가 된 김모미의 일대기를 따라간다.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살인자 '마스크걸'이 되기까지 인물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하다보면 김모미에 대한 측은지심과 연민까지 유발한다. 김모미 뿐만 아니라 김경자(염혜란 분), 주오남(안재홍 분) 등 입체적이면서 개성있는 캐릭터로 지루할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를 이어나갔다.


극 중에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다. 김모미 역에 3명의 배우 이한별, 나나, 고현정이 연기한 것은 물론, 안재홍은 사회부적응자이자 오타쿠인 주오남을 생생하게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주오남 엄마인 김경자로 분한 염혜란은 자신의 아들을 위해 어떤 짓이라고 감행하는 어긋난 모성을 밀도 높게 그려내며 극의 서사를 완성시켰다.

염혜란은 2000년 데뷔해 20년 넘게 연극 배우 활동을 하며 차근차근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시켜갔다. 그는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처음 스크린관에 데뷔한 후 '아이 캔 스피크' '증인' '걸캅스'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아왔다. 이후 드라마 '도깨비' '동백꽃 필 무렵' '경이로운 소문' 으로 꾸준히 눈도장을 찍었으며 올 초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1, 2에서 가정폭력 피해자 현남 역으로 열연해 그동안 쌓아온 연기력을 꽃 피웠다. 이후 '마스크걸'로도 다시 한번 흥행에 성공하며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을 받는다.

배우 염혜란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스크걸' 반응이 뜨거운데 소감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었다. 저의 정성을 못 알아 봐주실 수 있다. 보시는 분들의 마음은 저의 소관이 아니다. 이렇게 화답해주셔서 감사하다.

-김경자를 어떻게 해석했나.

▶이 모성애라는 부분을 사랑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모성애가 가지는 보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편협한 모성애가 폭력적으로 바뀌는 과정을 생각했다. 김경자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은 '시신이 당신의 아들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 '내 아들이 아니면 되어부렀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엄마가 되면서 사랑의 가치가 더 넓어지는 모성애가 아니라 더 편협해지는 모성애로 해석했다.

-고현정, 나나, 안재홍과 호흡은 어땠나.

▶고현정 선배는 대선배님이고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먼저 선배님이 '요즘 잘 보고 있어요'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계시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첫만남부터 육탄전을 찍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열정적으로 부딪혀주셨다. 저보다 사실 5살 많으시다. 그런데 저보다 몸을 안 사린다. 저는 보호대가 충분했는데 선배님은 전혀 안 하셨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안재홍 배우와는 만나는 신이 얼마 없었다. 현장에서 너무 반가웠다. 각자 장면에서 훌륭하고 멋진 연기를 보여줘서 하나의 완성본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벅참을 느꼈다.

나나씨는 화면에서 너무 매력적이어서 놀랐다. 화면을 어쩜 저렇게 집중시킬 수 있나라고 생각했다. 나나가 맡은 모미가 젊고 아름답고 청춘 끝자락에 있어서 김경자와는 너무 대척되는 사람 같았다. 너무 아름다워서, 여성 김경자가 가지는 질투의 최정점에 있을 수 있는 사람 같았다. '정말 싫었겠다' 싶었다. 원래 잘하는 매력을 알았지만 나나의 매력에 푹 빠졌다.

-'경이로운 소문'와 '마스크걸' 등에서 액션 장면이 많았는데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줄줄이 액션을 준비해야 하는 작품이 있었다. 준비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서 PT를 받게 됐다. 킥복싱도 배워봤다. 그런데 배운 것보다 병원 다니는 시간이 더 길었다.(웃음) 배우 염혜란으로서 성장하는 기회도 됐다. PT는 지금도 꾸준히 지금도 받고는 있다. 자기 몸을 알아차리는 과정 밖에 안되더라.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4화에서 침수된 차에서 빠져나오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물 공포증 티를 내고 싶었는데 엄살 같아진 게 영화 '밀수'를 보고 쏙 들어갔다. 다들 수영 잘 하시겠지 생각했는데 염정아 선배가 물 공포증 있다고 하셨다. 너무 고생하신 게 보여서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이 장면이 겁이 나서 감독님에게 '이 신 어떻게 해주지 못하면 저 못해요' 라고 말했다. 찍기 전에 시간도 많이 주시고 최대한 배려해주셨다. 여러 방안을 생각했지만 결국 차 안에서 들어가서 찍었다. 제가 물 공포증이 있다는 것을 모든 스태프가 다 알고 있어서 긴장을 많이 했다. 오랜 시간 찍고 나서 절로 박수를 쳐주셨다. 마음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고, 짧지만 좋은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나이에 비해 연배가 있는 역할을 했다. 실제 아들 역의 안재홍과는 10살 차이밖에 안나는데.

▶'내가 배우지만 안재홍 엄마는 어떻게 하는거야' 라고 생각했다.(웃음) 점점 나이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제가 나이든 사람에게 어울렸다. 어딜 가도 나이들었다고 말하고, '고현정이 선배냐' '5살 어리다더라' 등등. 연극할 때부터 나이 많은 역을 했는데 세월이 갈수록 제 나이와 가까워지고 있다.

-연극 배우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연극 무대에 대한 갈증이 아직 있나.

▶연극은 물리적인 시간이 중요하다. 몰두하고 싶을 때 열심히 보러다니면서 대리만족하고 있다. 연극은 2시간 안에 모든 장면이 들어가있으니 집중도와 연습량이 어마어마하다. 매체 연기를 하면서도 '충분한 연습을 거쳤나' '(연극 만큼) 그 정도 정성을 쏟았나' 생각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된다. 언젠가 또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마스크걸'을 본 가족들의 반응은.

▶가족은 호불호가 갈린다. 연령이 많은 분들은 '마스크걸'이 감당하기 어려운 파격이었다. 젊은 층에게는 연락이 많이 온다. 가족보다는 실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대중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것도 알지만, 동료들은 저기에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갔는지 아니까 더 감동적이다.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평가는 제가 할 부분은 아니고, 평가는 해주실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연기나 작품은 성적이나 평가로는 규정지을 수 없는 분야다. 저의 정성과 평가가 맞아떨어지면 감사한거다. 정점이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가장 행복한 시기' 인 것 같다.

-'더글로리' '마스크걸' 두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올 한해를 돌아보자면.

▶선배들이 좋은 행보로 나아갈 때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다. 응원드린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들의 외로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막중해진 책임감에 많은 것을 챙겨야해서 배우로서 외로우셨겠다고 생각했다. 그분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도움이되는 지점이 있어서 좋은 선배들이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
시대를 잘 만났다는 말의 의미는 '마스크걸'의 김경자처럼 이렇게 듣도 보도 못한 빌런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멋지지 않은 늙은 빌런이라니 신선하다.
이런 캐릭터를 본 적이 없는데 앞으로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