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116회 관람” 코로나 이후 달라진 영화소비 트렌드
2023.08.30 15:15
수정 : 2023.09.01 08: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 상반기 국내 영화시장이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 관객수의 70%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CJ CGV가 코로나19 이후 △소확잼 △역주행 △서브컬처의 부상 △비일상성을 영화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했다.
CJ CGV는 3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2023 CGV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을 열고, 올해 국내 영화시장 및 영화소비 트렌드를 발표했다.
CJ CGV 조진호 국내사업본부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관객들의 영화 선택이 까다로워지고, 눈높이도 높아졌지만 ’범죄도시3’나 ‘엘리멘탈’ 같이 볼 만한 콘텐츠가 개봉하면 극장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영화 흥행을 주도하는 세대와 연령대의 폭이 넓어지고, 콘텐츠별로도 세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흥행 주도했던 1020대, 이젠 입소문 난 뒤 움직인다
우선 ‘소확잼’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재미’의 줄임말로 관객이 확실한 재미가 보장된 작품을 선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평균 관람 시점도 전보다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9년 10.8일에서 최근 1년간은 15.1일로 나타나 4.3일 늘었다. 특히 이런 경향은 1020세대에서 두드러져 10대와 20대의 평균 관람 시점은 2019년 대비 각각 6.3일, 4.7일 늦어졌다.
20대 고객은 주차별 티켓 비중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패턴을 보였다. 2019년 개봉한 ‘극한직업’은 개봉 1주차에 20대 티켓 비중이 37%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 7월 개봉한 ‘밀수’의 경우 개봉 1주차부터 3주차까지 20대 티켓 비중이 24%, 25%, 27%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입소문과 SNS 바이럴 마케팅 영향력이 확대되며 주차별 관객 유입이 증가하는 ‘역주행’ 트렌드도 나타났다. 올해 대표적인 역주행 작품으로는 ‘엘리멘탈’이 꼽힌다.
‘엘리멘탈’은 개봉 3~4주차에 1~2주차보다 많은 관객 유입률을 보였다. 1주차, 2주차에는 각각 10.5%와 12.3%였지만, 입소문을 바탕으로 3주차에는 16.4%, 4주차에는 16.9%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최대 흥행작인 ‘겨울왕국2’와 확연히 비교됐다. '겨울왕국2'의 1주차 관객은 42.5%를 차지했다. 이후 8주차까지는 주차별 관객 유입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또한 주차별 관객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또다른 역주행 사례다. 특히, 개봉 초기에는 3040세대가 흥행을 주도했지만, 개봉 5주차부터는 20대 관객이 30대 이상 관객보다 더 높은 티켓 비중을 차지했다.
CGV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대한 20대 관객들의 관심을 토대로 응원 상영회, 팬심대전 등의 특별 상영회를 진행했는데, 20대 비중이 일반 상영(32.1%) 대비 21.1% 높았다.
극장으로 콘서트 보러 간다...영화 외 서브컬처 콘텐츠의 부상
다음으로 나만의 가치소비 확산에 따른 ‘N차 관람의 대중화’, ‘재패니메이션 인기’, ‘아이스콘(CGV얼터콘텐츠 브랜드) 콘텐츠 흥행 등 ‘서브컬처의 부상’을 세번째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했다.
과거 천만 대작영화 중심의 N차 관람 문화가 최근에는 중간 규모 영화로 소비 저변이 확대됐다. 최근 1년간의 N차 관람 횟수는 전 연령대에서 증가했으며, 특히 올해 N차 관람 문화의 대표 주자는 재패니메이션 콘텐츠로 나타났다.
또한 과거에는 2030대가 N차 관람을 많이 했다면 최근에는 4050대로 확대됐다.
CJ CGV 조진호 국내사업본부장은 “2019년 대비 4050대의 N차 관람 비중이 늘었는데, 임영웅 콘서트 등 팬덤 콘텐츠의 흥행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1년간의 전체 작품 중 재패니메이션 콘텐츠 비중은 11.9%로 2019년 대비 6.1% 증가했으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28.6%로 가장 높은 N차 관람율을 보였다.
그는 “슬램덩크를 가장 많이 본 관객은 무려 116회나 봤다”며 “서초구에 사는 30대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티켓을 발권해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줬는지 여부는 알수 없으나, 이 관객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이 영화를 꾸준히 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CGV 단독 개봉작의 관객 수는 상반기에만 157만명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5배가 넘는 수치다. 또한 CGV의 아이스콘 콘텐츠는 2020년 45편에서 2023년 상반기에만 124편을 개봉했는데, 올해 티켓 판매량은 이미 지난해 판매량 대비 3배 이상을 기록했다.
마지막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비일상적인 경험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늘고 있는 ‘비일상성’을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특별관으로 최근 1년 동안 CGV의 특별관 티켓 비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4.5% 증가했다. 매출액 또한 2019년 대비 7.6% 증가했다.
작품별 콘셉트에 따라 특별관 수요도 다르게 나타났다. ‘오펜하이머’는 개봉 1주차에 IMAX 평균 객석률이 52%에 달했고, 임영웅 콘서트 필름인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3면 스크린을 모두 활용해 콘서트장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스크린X관의 매출 점유율이 73%에 달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