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 모인 82개 핀테크·금융사·협력업체, 유쾌하고 치열한 사흘 간 여정 마쳤다

      2023.09.02 07:00   수정 : 2023.09.08 23: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렇게 많은 금융사를 한번에 만나서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죠.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불문하고 모든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자리는 1년에 딱 한번, 이 행사(코리아 핀테크 위크)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홍근 페어리 CBO)
"핀테크가 미래를 선도하려면 많이 만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실제로 만나는 고객들이 저희 앱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런 상황이 개선되려면 핀테크 업체가 고객과 많이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김태윤 담비 마케팅PR섹션 리더)

"핀테크 시장은 당연히 우상향할 겁니다. 그러나 업권이 더 커지기 위해서는 정부·금융기관·핀테크 플레이어들이 합심해서 판을 끌고 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규제 혁파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핀다 관계자)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사흘 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3' 행사는 '미래'와 '협력'이라는 두 가지 단어로 요약된다. '핀테크계의 손흥민'을 꿈꾸며 금융IT기술, B2B서비스, 금융상품 추천·중개, 간편결제·송금 등 다양한 섹터에서 총출동한 50개의 핀테크 기업들과 5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8개 금융사, 국내 지자체·각국 핀테크 협회 등 24개 협력 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객·기업인들과 피부로 소통했고, 미래를 논의했다. 사흘 간 열린 뜨거운 현장을 기자가 직접 찾았다.

접근성 개선… 고객 유치와 협업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3'은 올해로 5회차를 맞은 대규모 핀테크 박람회다. 금융위원회와 한국핀테크지원센터가 주관하는 행사로, DDP 아트홀 전관과 컨퍼런스홀을 대관했는데 행사장 어느 곳 하나 붐비지 않는 장소가 없었다. 특히 핀테크관과 금융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고등학생부터 중장년층 참관객들의 방문이 잇따르며 북새통을 이뤘다.

빅테크인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비바리퍼블리카(토스) 외에도 대출비교플랫폼 '핀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 리딩플러스·데일리펀딩, 주택담보대출 전문비교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한 베스트핀과 뱅크몰,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를 출시한 인슈어테크 기업 쿠프파이맵스, 아파트 조각투자 플랫폼 '그래이집' 출시를 준비 중인 브릭베이스, 간편결제사 페이민트, 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 페어리, 중금리 대출·투자 연계 플랫폼 8퍼센트 등 여러 분야의 핀테크 기업이 핀테크 부스 전시에 참가했다.


올해 '코리아 핀테크 위크'의 차별점 중 하나는 접근성이었다. 매년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페이 정주희 팀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2020년에서 2021년에는 행사가 비대면으로 진행된 데다가 지난해에는 롯데호텔에서 행사가 진행돼 접근성이 떨어졌었는데, 올해는 DDP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기업 관계자뿐 아니라 학생, 일반인 관람객도 많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참관객들이 착용하고 다니던 명찰에는 '~고등학교', '~대학교' 등의 학교명이 적혀 있거나 특정 기관명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렇다 보니 핀테크 기업 관계자들에게 이번 행사는 고객 유치와 협업을 위한 '기회'로 작용했다. 이상거래 감지 시스템인 AI-FDS를 홍보했던 핀다 관계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러 왔다"며 "핀테크 앱의 보안 기술력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일반 고객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금융기관과 원활히 제휴하기 위해 보안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언급했다. 개인신용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투업 플랫폼 오션펀딩의 한지민 대표 또한 "일반인과 기업 관계자를 모두 만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행사에 참여하니 설렌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스에는 일반인 참관객, 기업 관계자들 할 것 없이 다양한 참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학생 김 모씨(21)는 "다들 친절하셔서 모르는 부분에 대해 질문해도 잘 답변해주셨다"며 "부스를 보고 나니 향후 핀테크 관련 계통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즉석 컨설팅을 신청해 핀테크 관계자들과 사업 관련 대화를 하는 기업 관계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보안 솔루션에 주력하는 미국 정보통신기술기업 클라우드플레어의 황성환 이사는 "이번에 한국 지사를 설립했는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핀테크 업계에 보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시장 조사차 나왔다"고 전했다.

"두 손 가득 받은 경품...가방 없이는 못 다니죠"

각 핀테크 기업은 자사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는 것 외에도 이색 이벤트를 열거나 풍선·키링·음식·가방 등 각종 굿즈를 증정하며 '고객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섰다. 카카오페이는 부스를 방문해 카카오페이 앱을 설치하는 선착순 100명의 방문객에게 '춘식이' 풍선과 부채 브로셔를 제공했으며, 리딩플러스는 회원가입만 해도 불닭볶음면 두 봉지를 무료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아울러 쿠프파이맵스는 자사 보험 서비스 브랜드인 '어니언'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할 경우 '칼퇴기원', '휴가기원' 등 직장인과 관련된 문구가 새겨진 어니언 캐릭터 키링이나 사이버사고보상보험 등의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경품으로 내세웠다. 수령한 경품들을 두 손에 다 들 수 없어 토스 부스에서 실시한 '토스 켜고 포인트 받기' 이벤트에 참여한 후 받은 가방에 경품을 차곡차곡 담는 참관객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색 호객행위'와 충실한 설명에 참관객들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대경생활과학고에 재학 중인 이지연양·오경은양·김지안군(18)은 "학교에서 단체로 마련한 프로그램이라 반강제적으로 오긴 했지만, 행사에 참여해 직접 설명도 듣고 경품도 받으면서 핀테크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전대 핀테크학과에 재학 중인 이채호씨 또한 "핀테크들이 각종 프로그램이나 앱을 만들어내고 확장하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 시민 입장에서 이를 체험해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며 "진로와 관련해 많은 정보를 얻어간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금융사·빅테크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직접 부스를 열고 행사에 참여한 목적을 묻자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한금융그룹의 새로운 기술을 관람객에게 소개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협업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고, 카카오뱅크 관계자 역시 "핀테크와 업무협력 관계를 맺고 자사 서비스를 핀테크에 제공하거나 핀테크의 서비스를 카카오뱅크 서비스에 접목시키는 방향을 모두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 핀테크 부스 관계자들 또한 일반인·기업인 참관객의 높은 관심을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 간 거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B2B SaaS) 스타트업 페어리의 김홍근 CBO는 "홍보용 브로셔를 1000부 가지고 왔는데, 사흘간 참관객들에게 나눠주고 나니 20부밖에 안 남았다"며 "각종 기업의 대표급 의사결정권자들을 직접 만나 서비스를 소개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할인혜택 서비스 '버찌'를 출시한 강인구 루미글루 대표는 "행사 첫날 명함 400장을 들고 왔는데, 마지막 날인 오늘 30장 정도밖에 안 남았다"며 "새로운 고객 유치, 금융기관과의 협업을 모두 잡아 기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핀테크가 미래 선도하려면 규제 완화·홍보가 관건"

'미래의 핀테크와 만나다'가 행사의 슬로건이었던 만큼 각 핀테크·금융사 부스는 신기술 홍보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네이버페이는 얼굴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한 ‘클로바 페이스사인’ 결제 체험 기회를 제공했고, 카카오페이는 오는 10월 말 선보일 태그 결제(가칭) 서비스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외에 하나금융그룹은 사진을 한 번 촬영하면 본인의 모습을 본딴 가상인간이 만들어지는 기술을 소개했으며, 간편결제·송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민트는 최근 학원가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서비스인 '출결선생'과 '결제선생'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기업 관계자들과 시민들은 핀테크가 미래를 선도하려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 외에도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로 2회째 코리아 핀테크 위크에 참가한다는 조모씨(55)는 "어차피 기술은 비슷비슷한데, 한국 핀테크가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여러 복잡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 역시 "해외 영업할 때와 한국에서 영업할 때 규제 절차가 확연히 차이난다"며 "우리나라의 금융·IT 관련 규제들이 좀 더 명확화·간소화돼야 우리나라 핀테크가 미래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홍보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핀테크 컨설팅에 종사하고 있다는 남씨(32)는 "핀테크가 성공하려면 홍보가 관건"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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