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 잠수함시장 열린다"… 한화오션, 캐나다·폴란드에 생산거점 확대
2023.08.30 18:25
수정 : 2023.08.31 08:41기사원문
한화오션이 총 80조원 규모의 잠수함 해외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수선 분야 잠수함 관련 조직을 강화하면서 중장기로 북미(캐나다), 유럽(폴란드)에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잠수함(3000t급)은 건조 가격이 척당 2조원에 달하는 초고가인데다 고난도 원형 선체 건조 및 전투체계 기술이 집약된 '해양 방산의 꽃'이라 불린다.
한화그룹 편입이후 첫 수주였던 호위함(배치3 5·6번함)에 이어 잠수함 수출로 해양 방산분야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각오다.
한화오션 '진짜 사활 건 입찰은 잠수함'
30일 한화오션은 올 하반기 발주 예정인 장보고-III 배치2 3번함과 함께 폴란드·캐나다·필리핀 등 글로벌 잠수함 프로젝트 입찰에 본격적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1~2년내 치러질 입찰에 대비, 사업 전열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화오션은 해군 중장 출신의 잠수함 전문가 정승균씨를 부사장으로 이달 초 영입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잠수함 입찰전에 본격 대응하기 위해 전담팀 및 영업·설계·기술 등 전문인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 잠수함 유지보수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MRO 사업팀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노리는 잠수함 수주 건은 하반기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국내 1건(3000t급 3번함)을 비롯 캐나다, 폴란드 등 총 4개 프로젝트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화오션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캐나다 프로젝트다. 캐나다 해군은 3000t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사업 예산이 60조원 규모(유지·보수사업 포함)로 최근 수년래 가장 크다. 유지·보수 사업을 포함해 잠수함 척당 가격은 2조원을 넘는다. 계약자 선정은 이르면 2026년으로 예상된다.
캐나다가 요구한 잠수함 사양에 따라 장거리 잠항 및 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가능한 3000t급 도산안창호함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는 한화오션이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건조한 잠수함이다.
캐나다 군 당국은 오는 10월 잠수함 입찰 관련 사전 실사를 위해 방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월 한국과 일본 조선소를 방문, 잠수함 관련 현장을 둘러봤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독자 개발한 잠수함(도산안창호함)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해볼만하다는 동기부여가 크다"며 "최종 수주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폴란드는 신형 잠수함 4척을 도입한다. 오는 2034년까지 기술 이전을 포함, 3000t급 중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이른바 오르카(Orka) 프로젝트다. 사업 규모는 8조원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공식 입찰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폴란드 방산 수출(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자주포 360문 2차 계약 등) 건에 관심이 큰 만큼, 이번 잠수한 입찰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최근 입찰의향 타진(예비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을 비롯, 잠수함 강국 독일(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 프랑스(나발그룹), 이탈리아(핀칸티에리) 등 11개업체가 참여했다.
한국-폴란드 간 긴밀한 국방분야 협력을 고려하면 국내 업체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다만 폴란드는 한국의 방산 도입을 위해 20조원 이상의 추가 금융 및 기술 이전, 절충교역을 요구하고 있다. 양국의 절충 합의가 수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은 중형급 잠수함 2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새로운 사양의 입찰 제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고난도 기술 집약 잠수함 '해양 방산의 꽃'
잠수함 수주는 해양 방산에서 상징성이 매우 크다. 고난도 기술 집약적인데다 수주액도 초고가다. 연관 전투체계 시스템, 미사일 등 장착 무기까지 확장·파급 효과는 상당하다. 이 때문에 잠수함 수주가 한화그룹 입장에선 방산 분야 시너지 창출엔 최고의 모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잠수함용 리튬배터리 등), 한화시스템(무인 전투체계) 등 방산 계열사의 기술 합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이 최근 발표한 9000억원 규모의 방산분야 투자 청사진도 같은 맥락이다. 3단계 투자가 완료되면 2029년부터 한해 잠수함 5척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특히 북미(캐나다)·유럽(폴란드)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은 잠수함 해외 수주와 밀접하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수주 가능성이 높은 단계가 되면 현지 사업을 위한 절충 교역 차원에서 현지 조선소 투자 등 다각도로 협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잠수함(수주·건조·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앞으로 굉장히 많은 변화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잠수함을 유지·보수하는 창정비 사업도 알짜다. 3000t급 잠수함은 척당 가격이 수천억원에 이른다. 기존의 잠수함을 완전 분해한 뒤 내부장비를 교체하는 것인데, 성능 유지를 위해 6~13년 주기로 창정비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한화오션이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이유다.
'40년 만에 이뤄낸 쾌거' 잠수함 22척 수주
한화오션은 현재까지 잠수함 22척을 수주했다. 17척을 인도했고 5척을 건조 중이다. 이 중 3000t급은 4척을 수주, 2척을 건조(2척은 인도) 중이다. 3000t급 잠수함 설계·건조 기술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영국·일본 등 8개 국가만 갖고 있다.
잠수함 해외 수출은 1987년 장보고함(1200t급) 첫 수주에 이어 24년만인 2011년 이뤄냈다. 인도네시아에서 1400t급 잠수함 6척(2019년 3척 추가)을 수주했다. 총 21억달러 규모로 당시 단일 방산 수출건으론 사상 최대였다. 세계 다섯번째 잠수함 수출국가가 된 것이다. 현재 3척을 인도네시아에 인도했고, 나머지는 계약 최종 발효가 지연 중이다.
잠수함 건조 기술이 없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1982년 독일(하데베조선소)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40년만인 현재 한화오션은 독자 개발한 3000t급 잠수함 기술·부품의 80% 이상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잠수함이 실전에 투입되려면 연구·설계·건조·시험평가·인도 까지 10년 정도 걸린다"며 "상당한 기술 수준과 노하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