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든 전송…CIA도 해킹 못하는 양자 통신
2023.08.31 05:30
수정 : 2023.08.31 10:04기사원문
[편집자주]기술·사회·산업·문화 전반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문화 혁신과 사회·인구 구조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현상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1972년 백악관 참모들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워싱턴 시내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는 민주당 선거 운동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일이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이 사건 배후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은 탄핵 정국에 휩싸였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시절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나눈 통화 녹취록 문건이 공개돼 하원에서 탄핵 조사를 받은 일도 있었다.
머지 않은 미래엔 이같은 도청 이슈가 불거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통신업계에서 보안을 위해 통신에 '양자'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를 뜻한다.
전기 신호를 조작하는 현재의 통신과 달리 양자 통신은 얽혀있는 양자 짝을 서로 멀리 떨어뜨리고 한쪽에서 양자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곳의 상태가 결정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를 통해 두 지점 간의 정보를 전송할 때 거리에 상관없이 빠르고 안전한 정보 전송이 가능해진다.
양자보안통신은 크게 양자암호키분배기술(QKD)과 양자내성암호(PQC)로 나뉜다. SK텔레콤과 KT는 양자암호키분배기술에,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에 주력하고 있다.
양자암호키분배기술은 탈취나 복제가 불가능하게 암호화된 키를 만들고 이를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이때 키는 패턴을 추측할 수 없게끔 완전 무작위하게 생성되며, 탈취나 복제를 시도하는 순간 암호의 형태와 내용이 바뀌도록 설계된다.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모든 공격에 안전한 내성을 갖는 기술로 양자컴퓨터로도 해독하는 데 수조년이 소요되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양자암호키분배기술과 양자내성암호 중 어느 기술의 보안성이 뛰어나느냐를 두고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양자암호키분배기술 개발자들은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암호 해독 시간을 지연할 뿐 완전한 보안체계를 만들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양자내성암호 기술 개발자들은 양자암호키분배기술에는 일정 거리마다 별도 암호 키 분배기 또는 중계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이동통신사들은 제각기 우위를 점하려고 경쟁 중이다. 지난 6월 이동통신 3사는 국제 양자기술 전시회 '퀀텀코리아 2023'에서 그동안 축적된 양자기술을 공개했다.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 기기 탑재 양자기술 적용 압호칩을, KT는 국내 최장거리 무선 양자암호키분배기술 시스템을 전시했다.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 도슨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희망 기업에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했다.
각자 채택한 기술로 '최초'라며 전세계 표준을 주도하던 가운데 SK텔레콤은 최근 양자암호키분배기술과 양자내성암호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국제표준화 제정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모은다. 양자통신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0년 24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