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 골프장 조성 놓고… 둘로 쪼개진 구례군

      2023.08.31 18:06   수정 : 2023.08.31 18:0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구례=황태종 기자】전남 구례군 지리산 자락 인근에 첫 골프장을 짓는 것을 두고 찬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지리산 인근 골프장을 조성 사업은 최근 다시 추진되고 있다.

민선 8기 김순호 군수의 공약인 '지리산온천지구 민간자본 투자 유치'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사업 시행사인 ㈜피아웰니스, 시공사인 ㈜삼미건설과 함께 '가칭 구례온천CC 조성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피아웰니스는 사업비 1000억원을 들여 산동면 관산리 일대 150만㎡ 부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 군수는 "산수유와 온천 등 천혜의 자원을 보유한 산동면에 조성된 골프장은 지리산정원, 구례수목원 등 인근 관광 자원과 연계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침체된 산동 온천 지구를 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31일 구례군에 따르면 구례군 주민들간 찬·반 의견이 여전히 맞선 데다 골프장 조성 협약 체결 5개월이 지나도록 인허가 신청이 없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골프장 조성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자연과 사람이 공생할 수 있는 친환경 골프장 건설 추진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구례군 127개 사회단체와 군민이 함께하는 '구례산동온천골프장 건설 추진 범 군민 결의대회'를 열고 결의문을 구례군에 전달했다.


반면 반대 주민들은 산림 파괴와 지형 훼손, 농약·비료·제초제 사용 및 계속되는 퇴적으로 인한 토양 및 지하수 오염, 골프장 관리를 위한 엄청난 양의 지하수 이용으로 인근 지역 농업용수와 식수 고갈 위험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골프장 예정 부지는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불과 170m 벗어난 지역에 위치하고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 37.1%나 된다고 우려중이다.

구례에서 골프장 조성 사업이 추진되는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골프장이 들어설 산동온천지구는 지난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돼 지역의 대표 관광지로 기대를 받았으나, 2005년 추진됐던 골프장 조성 사업이 주민들 간 찬·반 갈등과 민간 투자 부진으로 중단되고 온천 수요 감소와 맞물려 지구 전체가 쇠락하는 결과를 맞았다.

일부 주민들은 "원래 구례는 인근 군에 비해 50년 앞서 있던 지역이었으나, 1967년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이후에는 개발이 없어 오히려 50년 뒤처진 지역이 돼 버렸다"면서 국립공원이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 525개의 골프장이, 전남에 41개의 골프장이 있는 가운데 구례에는 아예 골프장이 없다.
또 구례군 인구도 지난 1960년대 중반 8만명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2만4000여명에 불과하다.

구례군은 사업비 1000억원 규모의 골프장 건설은 생산유발효과 1955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815억원, 취업유발효과 1080명, 고용유발효과 840명 등의 파급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구례군 관계자는 "지리산을 병풍 삼고 섬진강을 벗 삼아 골프를 치는 것은 구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가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구례 사람은 골프를 치기 위해서 타 지역으로 가야만 하는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보였다.

hwangta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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