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금융 늘린 캐피탈, 리스크 어쩌나

      2023.09.04 05:00   수정 : 2023.09.04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기업·투자금융 비중을 늘려온 캐피탈사가 리스크(위험)에 휩싸였다. 최근 2년 간은 자본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회수 실적이 우수했지만 버블이 어려움을 만들었다. 최근 상황에선 기업·투자금융의 회수시점이 불확실하고 이익 변동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대출 비중 줄었지만 PF대출·투자 늘어

3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 'AA' 'A'를 부여하고 있는 22개 주요 캐피탈사(오토금융전문캐피탈 8개사 제외)의 기업·투자금융 비중은 2018년 말 42.1%, 2019년 말 45.5%, 2020년 말 48.5%, 2021년 말 51.4%, 2022년 말 55.7%로 높아지고 있다.

기업대출 비중은 2021년 말 26.7% 정점 후 2022년 12월 24.4%로 낮아졌다. 하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비중은 2018년 말 6.2%, 2019년 말 7.1%, 2020년 말 8.8%, 2021년 말 10.1%, 2022년 말 13.7%로 높아졌다. 투자부문의 비중도 같은 기간 6.9%, 8.8%, 9.3%, 10.2%, 13.6%로 급증하는 추세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증시 변동성 확대로 투자자산 평가 및 처분손실 증가 등이 발생하는 등 투자금융의 기대 회수성과도 낮아질 수 있다.
대외경제 전반의 리스크 요인, 실물경기 침체 등을 감안했을 때 기업·투자금융부문의 수익성이 추가적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원은 "조달비용 및 대손부담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한다. 고금리 기조 하의 조달비용 증가로 이자 마진의 감소가 가속화될 수 있어 당분간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비교적 거액인 부동산금융의 잠재 부실위험 현실화 가능성과 투자금융의 이익 변동성 등을 고려했을 때 기업·투자금융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 중심으로 수익성 하향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는 22개 주요 캐피탈사의 부동산금융 자산은 기초자산 구성, 지역, 분양률, LTV, 취급순위 등에서 A급 이하 캐피탈사 대비 질적 위험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대부분 자본 규모 대비 브릿지론 부담 수준이 높지 않아 일부 브릿지론 부실화가 현실화된다 해도 단기적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손실 흡수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금융자산의 특성상 거액 신용집중위험이 내재해 있고, 분양경기 침체와 공사비 원가 상승으로 초래된 부동산경기 위축 등을 감안하면 부실화 자산의 규모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 수석연구원은 "투자금융자산은 주로 비여신성 자산으로 사전적 충당금 적립을 통한 손실완충력 확보가 어렵고, 매분기 가치 변동이 즉각적으로 손익으로 인식되므로 이익 변동성이 크다"면서 "투자자산의 회수 시기 및 규모도 불확실해 자산부채 만기대응(ALM)에 있어서도 실질 유동성 관리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기업금융 성장 속도 둔화..투자금융 변동성 높아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 하반기 이후 조달여건 저하와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부동산금융자산의 신규취급이 급격히 축소됨에 따라 기업금융의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는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역시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기업금융자산의 취급 규모는 과거 대비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캐피탈사의 투자금융은 2018년 말에서 2022년 말 사이 6.7%포안트 증가했다. 기존에는 전통적인 기업금융 주력사들이 주로 취급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금융 중심의 캐피탈사도 이를 벤치마킹해 취급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자산은 신기술금융투자조합, 사모펀드(PEF), 실물 등 대체투자, 기타 유가증권 직접투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초자산은 우선주와 전환사채(CB)를 포함한 메자닌 증권 등이다.

투자금융자산은 이자부자산과 다르게 본질적으로 이익 규모 및 회수시기에 변동성이 높다고 설명했. 다만 보장수익률이나 우선 변제권 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으며, 업체별로 다양한 상품에 소액으로 투자하는 등 취급규모와 업종 분산도를 높여 집중위험을 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대체투자의 경우 일부 캐피탈사 중심으로 취급하고 있다. 기초자산은 주로 부동산, 인프라, 항공기금융 자산, 블라인드 펀드, 프로젝트 펀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 수석연구원은 "대체투자자산의 건별 투자 규모는 비교적 거액"이라며 "일부 부동산, 항공기 자산 중심으로 EOD(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한 건들도 존재해 관련 자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하나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은 오토금융자산 감소분을 개인·개인사업자대출, 기업대출, 투자금융자산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한캐피탈, IBK캐피탈, 산은캐피탈은 영업자산 내 기업·투자금융 비중이 높다. 신한캐피탈은 2020년 10월에 소비자금융 영업자산을 계열사인 신한카드에 대부분 양도하면서 기업·투자금융의 비중이 99%로 포트폴리오 집중도가 신용등급 'AA'의 22개 주요 캐피탈사 내에서 가장 높았다.

IBK캐피탈, 산은캐피탈은 부동산 PF 대출이 최근 3년 동안 약 10% 성장, 투자금융 비중이 확대됐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소비자금융 비중이 크게 높아진 반면, 기업·투자금융의 비중은 대폭 감소했다.
기존에 기업·투자금융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기에 최근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집중위험 해소 차원에서 개인금융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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