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전장, 'AI 반도체' 다음은?

      2023.09.01 09:26   수정 : 2023.09.01 09: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적으로 자국 중심의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인도, 일본 등이 속속 반도체 전장에 참전하고 있다.

1일 퀀트케이에 따르면 반도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에 가격이 올랐다. 이후 반도체 제조사들의 생산확대와 미·중 패권전쟁으로 과잉 공급현상이 나타났고 이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에 대한 시장의 관심 고조와 데이터센터, 차량용 등 고성능 반도체를 활용하는 산업이 성장하면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다시 반도체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고사향 반도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동시에 반도체가 미래시대 새로운 자원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국가들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량을 늘린다는 목표를 내건 것이다.


유럽은 현재 9%로 떨어진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030년까지 민간 및 공공에서 430억유로(약 62조원)를 지원하는 유럽연합(EU) 반도체법을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지난 2022년 2월 EU 집행위가 최초로 제안한 EU 반도체 법안에 유럽의회가 합의를 이룬 것이다. 제조시설 확대뿐 아니라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일본은 80년대까지 메모리 강국이었다가 1위를 한국에게 내어줬지만, 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을 끌어들여 다시 한 번 종합반도체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보조금이 6154억엔(약 5조5000억원)인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일본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2조7000억엔(약 24조원)에 달한다.

인도 역시 반도체 제조 기업에 100억달러(약 13조원)을 보조금으로 긴급 지원하면서 미국의 제재로 중국이 위축된 중국의 대체 국가로서 공백을 채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전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다운사이클(침체기)에 빠져있을 지라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AI 열풍에 힘입어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관련주들에 대한 기대감이 뜨거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전장용 반도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본 혼다는 차량용 반도체 조달이 늦어지면서 일부 신형 모델에 사각지대 정보시스템(BSI)을 제거한 사양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고, 도요타 역시 지난해 11월 생산분부터 출고 시에 주는 원격 조작 키인 '스마트키'를 2개에서 1개로 줄였다.

독일 폭스바겐도 "공급망을 단순화하기 위해 차량용 칩의 종류를 축소할 계획"이라며 "이는 소프트웨어 공급선의 간소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모두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도 자율주행 기술 훈련을 위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적용된 AI 컴퓨팅 클러스터를 출시했다.

반도체 업계도 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2·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전체 매출에서 차량용 반도체 비중은 8%로 지난 2021년 4%, 2022년 5% 정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도 지난 2월 5나노미터(nm, 1나노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으로 미국 AI 반도체 전문기업 암바렐라의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2027년엔 차량용 반도체에서도 2나노 공정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올해 전년 대비 13.8% 성장한 769억달러(약 10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는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2년 635억6300만달러(약 84조원)에서 2026년 962억3100만달러(약 127조원)로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IHS마킷도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1년 450억달러(약 62조원)에서 연평균 9%씩 성장해 2026년 740억달러(약 101조9000억원), 2030년엔 1100억달러(약 151조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토모티브뉴스 유럽은 지난 17일 “아우디 관계자가 독일 자동차 산업에 병목 현상을 일으킨 반도체 부족 현상 해결에 수년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레나테 바케나우어 아우디 조달 책임자는 인터뷰를 통해 이와 같은 전망을 내놨다.

퀀트케이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향후 수년 동안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현대차가 연말 시속 80km 자율주행 세계 첫 상용화를 발표한 만큼 자율주행과 관련된 카메라 모듈,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라이다(Lidar), C-V2X, MCU 등 전장부품 및 기술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자동차에 대한 선택 기준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라면서 "현재 증시에서 HBM 관련 반도체 관련주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이제는 차량용 반도체 관련주들에도 관심을 가져야할 때"라고 추천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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