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연금개혁 첫발…캐나다·일본 성공사례 주목

      2023.09.03 16:46   수정 : 2023.09.03 16: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 초안이 지난 1일 공개되면서 캐나다, 일본 등의 연금개혁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재정계산위는 정부 자문기구다. 보고서는 초안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이다.

'내는 돈(보험료율)'은 올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더 늦게 준다는 게 핵심이다. 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논란 속에서도 합의를 이뤄 낸 캐나다 등의 성공경험이 중요하다.

김용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장은 3일 "보험료율을 올리는 연금개혁을 가장 잘 한 국가는 캐나다"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1996년 폴 마틴 연방정부 재무장관이 18개 도시를 직접 돌며 공공협의를 통해 CPP(국민연금과 유사한 소득비례연금)개혁 필요성을 설득했다. 1995년 CPP재정 계산에서 2015년 기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돼서다. 보험료율을 6%에서 9.9%까지 올리는 개혁안은 1997년 상하원을 통과했다. 독립기구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설립됐다.

캐나다 CPP 개혁에서 주목할 부분은 97년 이후다. 2016년 캐나다 정부는 보험료율을 9.9%에서 2019년부터 4년간 11.9%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25%에서 33.3%로 인상했다. 2차 개혁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요국 사례로 보는 윤석열 정부의 연금 개혁 방안'보고서에서 "캐나다는 96년 1차 개혁 때 연금 운용성과를 높일 수 있는 CPP의 지배구조를 개선, 국민 신뢰가 높았다"며 "2차 개혁땐 사회적 갈등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앞서 저출산·고령화 터널에 들어선 일본의 연금개혁 사례도 반면교사다. 일본에서 민간기업 근로자, 공무원 등이 가입하는 후생연금(공적연금, GPIF) 개혁 필요성을 제기된 때는 2000년이다. 출생아 수가 급감하고 고령화가 가파르면서 연금수지 붕괴가능성이 높아져서다. 2004년 고이즈미 총리가 이끄는 일본 의회는 보험료 고정, 소득대체율 변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후생연금의 보험료율을 기존 13.58%에서 매년 0.354%p씩 인상, 2017년 18.3%로 상향하는 것이었다. 소득대체율은 2004년 59.3%에서 2023년 이후 50.2%로 낮췄다. 내는 돈은 더 내고 받는 돈은 줄인 일본 연금개혁은 재정건전성 강화가 최우선 목표였다. 미래 세대는 낼 보험료는 많아지고 받을 연금은 줄어들었다. 젊은 세대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보험료 수준 고정방식'을 도입해 보험료율이 18.3% 이상으로는 인상되지 않도록 해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였다. '소득대체율 50.2%'라는 연금 급여의 하한선을 설정, 미래 세대에게도 연금이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김중원 연구원은 "일본 연금개혁은 재정파탄 위기는 막았지만 가입자에게 절대 불리한 구조였고 지배구조개선이 없어 수익률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게 한계"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고령화와 저성장이 심화될 경우에는 "추가적인 연금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연금 수익률은 2006년 이후 4.1%(연 수익률 산술평균)로 캐나다 8.9%에 훨씬 못 미친다.

연금 지속가능성, 소득대체율과 함께 기금운용수익률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에는제도 개선 방안도 포함됐다. 박영석 국민연금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장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연금이 되기 위해서는 모수개혁 뿐만 아니라 수익률 제고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운용발전전문위는 이와관련 국민연금공단 조직에서 연금기금을 운용하는 조직을 따로 떼어내 공사 형태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기금운용 기능을 분리해야만 자율성과 전문성에 근거,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 CPP 개혁 사례를 도입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배구조를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입자 대표 중심의 '국민연금정책위원회'(가칭),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운용 집행 조직인 '기금운용공사'로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정책위가 위험자산 배분, 장기 재정추계 등 기금운용의 큰 방향을 '기준 포트폴리오'로 제시하면 국민연금기금운용위가 투자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기금운용공사가 실행하는 구조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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