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염혜란 전성시대 "고현정 선배보다 다섯살 어린데..."

      2023.09.03 06:00   수정 : 2023.09.03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주오남 엄마 연기 소오름~” “김경자가 주연 아닌가요? 최고였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이 공개된 후 염혜란이 연기한 김경자 캐릭터에 찬사가 쏟아졌다.

‘더 글로리’에 이어 ‘마스크걸’까지 염혜란이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으로 드라마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중이다.



'마스크걸' 김경자 캐릭터, 흥분은 잠시, 걱정이 컸죠


염혜란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감독님이 공개 후 매일 아침 ‘세계 몇 위’라며 카톡을 보냈다”며 “각 분야 장인들과 작업해 너무 행복했고, 완성도 있는 작품의 일원이라 자부심이 있었는데, 반응도 좋아서 아주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마스크걸’은 특히 업계 동료들이 많이 연락해왔다”고 부연해 그 어떤 작품보다 동료들의 인정을 톡톡히 받은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걸’에서 염혜란이 연기한 김경자는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운 억척스런 엄마로 자신의 아들을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주검이 되어 돌아오자 범인을 집요하게 추격한다. 김용훈 감독은 앞서 김경자를 “전무후무한 캐릭터”라며 이를 소화하기에 “평소 작품들을 보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고 생각했던 염혜란이 적격이었다”고 말했다.

무서운 장르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다고 밝힌 그는 “대본이 재밌었지만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라 어떻게 접근할지 우려가 컸다”며 “(러브콜을 받은 뒤) 흥분은 잠시,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특히 김경자가 의식을 잃고 자동차에 태워진 채 물속에 빠지는 장면은 공포심을 자극했다. 물 공포증이 있던 그는 “감독님께 대역 쓰실 거죠 라고 물었을 정도로 겁이 났다”고 돌이켰다.




“솔직히 대본보다 완성된 작품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장르적 재미도 알게 됐고요. 김경자가 솔직히 응원하기 힘든 캐릭터잖아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어느 순간 김경자를 장르적 캐릭터로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고요.”

“‘마스크걸’에 나오는 인물은 시쳇말로 다 선을 넘죠. 온 마음을 다 줄 수 없는 캐릭터들만 모여 있잖아요. 김경자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정말 싫어하겠다 싶더라고요. 현대 여성들이 피하고 싶은 것들을 다 갖고 있으니까.”

김경자는 단지 복수하는 엄마를 넘어 여성을 옥죄는 우리사회의 왜곡된 가치관과 잘못된 신념의 총체로도 읽힌다. 그는 김경자의 복수에 대해 “13년의 세월이 누적되면서 젓갈처럼 본질을 알 수 없을 만큼 왜곡됐을 것”이라고 봤다.

김경자는 한때 젓갈 창고로 활용했던 외딴 곳에 자신의 아들을 죽인 모미의 딸 미모를 납치해 죽이려한다. 염혜란은 “갈치 젓갈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갈치의 형체가 사라진 것처럼 복수의 이유가 아들 주오남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 안의 분노가 삭혀져서, 복수를 하지 않으면 내 삶도 보상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경남은 종교 역시 자기 편할 대로 해석해 자신의 복수를 악의 응징하는 행위로 정당화한다.

“김경자의 복수가 오로지 ‘모성'이라는 단일한 성격을 갖지 않았으면 했죠. 세대, 종교, 신념 등 여러 복합적인 마음과 복수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안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김경자의 내적 갈등도 놓치고 싶지 않았죠.”

7회의 클라이막스에서 김경자는 자신을 친할머니처럼 따르던 미모의 다정한 말에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미모가 생일파티해줄 때 눈물이 많이 났다. 미모가 김경자가 아들에게 듣고 싶은 말을 다 한다. 갈등이 너무 큰 장면도 찍었는데 그러면 모미와 끝까지 대결하는 힘이 약해질 것 같아서 덜 갈등하는 버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노안 배우 소리 싫죠, 연기 잘할 때 가장 예쁘다고 믿어


요즘 염혜란 전성기라는 말에 그는 기뻐하면서도 “순풍에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하더라. 더 조심하려고 한다”며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주연보다 더 주연 같다는 칭찬이 나온다는 말에는 “연기는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는 형태인 것 같다”며 “누가 제일 잘한다기보다 그저 내 장점이 잘 보이는 작품 만났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고 답했다.

외모지상주의를 꼽는 작품인데 외모 콤플레스가 없냐는 물음에는 “있다”며 “고현정 선배가 5살 더 많은데 같은 나이대로 보고, 노안이라고 하는 데 그 말도 듣기 싫다”고 했다. “근데 노안 배우의 특징이 나이가 들수록 좋아요. 배철수 이론이라고, 나이가 들수록 젊어진다”고 웃었다.

“내 얼굴에 만족하지 않아요.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그저 가장 훌륭한 연기를 할 때 가장 예뻐 보인다는 사실을 믿고자 합니다.
다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우리사회도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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