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골디락스' 진입 기대...고금리 지속 여부가 관건

      2023.09.03 15:55   수정 : 2023.09.03 15: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경제가 지난해 3월 이후 11차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면서 이른바 ‘골드락스’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내년 상반기부터는 침체를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디락스는 19세기 영국 동화에서 등장한 단어로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물가 상승 없이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을 뜻한다.

노동시장 호조, 골디락스 기대 커져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미 언론들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에 8월 고용 동향이 발표되자 골드락스 가능성을 꺼내들었다.
미국의 8월 실업률은 8월 실업률은 3.8%로 7월(3.5%)보다 올라갔다. 8월 임금상승률은 전년 동월보다 4.3% 상승해 7월 상승률 및 시장전망치(4.4%)를 밑돌았다.

미국은 민간 소비가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약 70%에 달하는 국가다. 경제 활동으로 돈을 버는 노동자가 늘어나고 노동자의 임금이 많아질수록 소비가 증가하며 이는 곧 물가를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다. 전문가들은 8월 고용지표로 물가상승이 지금보다 더 가속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노동시장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18만7000개 증가하여 7월(15만7000개)보다 더 많이 늘었다. 시카고 대학교의 랜들 크로스너 교수는 “이번 지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예상했던 것과 대략 비슷하다”며 “이는 연준이 원하는 골디락스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이 약화되더라도 붕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준이 다음(9월 20일)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미 자산운용사 리처드번스타인어드바이저 댄 스즈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고용지표는 노동시장이 합리적으로 건전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소비·수요·경기부양책이 美 경제 건져

미국 안팎의 전문가들은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가파른 금리 인상을 강행하자 경기 침체를 경고했다. 그러나 미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WSJ는 2일 보도에서 미 경제가 아직 버티는 이유를 3가지로 정리했다. 신문은 우선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이후 노동자 부족으로 인해 임금이 올랐으며, 그 결과 미국인의 소비가 유지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연준 산하 뉴욕연방은행의 7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전망하는 연소득은 6만7000달러(약 8854만원)로 1년 전보다 7000달러 늘었다.

미 시장조사업체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실질소득이 현재 (미 경제라는)버스를 움직이는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미 기업들 역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면서 고금리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신문은 팬데믹 이후 공급 부족으로 수요를 맞추지 못했던 산업계가 뒤늦게 수요를 따라잡기 시작했다며, 산업활동이 왕성하다고 설명했다. WSJ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주택 수요 계속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마지막으로 미 정부가 팬데믹 기간 동안 제공한 막대한 경기부양책 덕분에 일반 소비자들도 안심하고 돈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팬데믹 기간에 수조 달러를 지원하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직접 채워주었다. 올해 1·4분기 가계 부채 원리금 비용이 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6%로 1980~2020년 3월 사이에 기록한 최저 수준을 밑돌았다. 기업들 또한 최근 금리가 올랐지만 워낙 팬데믹 기간에 저금리로 마련한 돈이 많아 버틸 수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 계속되면 위험할 수도

문제는 내년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그동안 모아뒀던 저축이 바닥나면서 고금리 부담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메이시 백화점은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신용카드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미 투자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CNN과 인터뷰에서 미 중소 은행들의 연쇄 파산을 언급하고 경기 침체 확률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대출을 조금씩 줄이고 있고, 조금씩 삭감하고, 조금씩 물러서고 있다"면서 은행권의 혼란이 "반드시 침체를 유발하지는 않겠지만, 이것은 침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경제에 폭풍우가 닥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요인도 비관적이다. 세계 2위 중국 경제는 부동산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면서 금융위기를 겪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수출 주도 경제인 독일은 탈세계화 흐름 속에 올해 침체가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중반에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비관론과 내년 봄 완만한 둔화를 겪을 것이라는 상대적인 낙관이 대립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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