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사라지면 인류도 위기… 축산처럼 방역체계 갖춰야"

      2023.09.03 19:01   수정 : 2023.09.03 19:01기사원문
"꿀벌이 줄어들면 인류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이제는 꿀벌에게도 동물복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그에 맞는 제도와 정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많은 연구기반 마련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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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한상미 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장(사진)은 "양봉 연구는 농촌진흥청 단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융복합 학문이어서 올해부터 8년간 5개 부처가 협력해 다부처 공동연구사업에 착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업생물학을 전공하며 곤충, 식물질병, 미생물 등의 연구를 시작한 한 과장은 곤충병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후전문연구원 시절에는 생명공학과 병리학을 연구했고, 이어 2003년 농진청에 양봉 연구를 위해 발을 디뎠다. 이후 벌 관련 연구는 한 과장의 전문분야가 됐다. 지난해 7월부터 양봉생태과의 업무를 총괄하게 된 한 과장은 "농가의 상황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일어난 월동 꿀벌 피해 조사에서도 과학을 근거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전북 부안 행안면 한 양봉농가에선 꿀벌 90%가 사라지기도 했다. 지난 폐사에서 지목된 꿀벌응애류 방제를 강화했음에도 더 이른 시기에 대량폐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상기후, 등검은말벌 등 갖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민관 합동조사단에 참가한 한 과장은 응애 방제약제인 플루바리네이트 내성이 주요인이었음을 입증해냈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동일약재 활용 방지를 권고하는 지침 마련까지 이끌어냈다. 한 과장은 "잘못된 정보가 국민에게 알려지고, 이로 인해 편협된 정책이 마련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꿀벌 집단폐사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2021년 겨울 78억마리가 사라진 데 이어 지난해 9~11월 사이에만 100억마리의 꿀벌이 사라졌다. 올해 초에도 약 140억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 과장이 주력하는 분야 역시 양봉산업 위기의 극복이다. 한 과장은 "현재의 양봉 위기는 오히려 기회"라며 "가내수공업에서 양봉산업으로 전환을 위해 생산 단계부터 사양관리 기준과 매뉴얼, 축산의 범주에서 철저한 질병방역 개념 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농업과학원의 양봉생태과는 우리나라 양봉산업 분야 연구개발(R&D)의 첨병이다. 꿀벌 사육환경 개선을 위한 스마트기술과 화분매개 기능 강화기술 등 연구를 비롯해 현장기술지원과 교육까지 업무범위에 두고 기술 개발부터 파급 단계까지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정부에서도 양봉산업 개발에 적극적이다.
농진청의 주관 아래 산림청, 농림축산검역본부, 환경부, 기상청과 협력해 '꿀벌 보호를 위한 밀원수종 개발 및 생태계 보전' 연구개발 사업에 올해부터 8년간 484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한 과장은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인해 현안 대응에 그쳤던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양봉의 기초기반, 즉 매뉴얼과 기준을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과장은 "유기적 협력으로 목표를 조기 달성하겠다"며 "꿀벌을 보호하고 양성하는 이 모든 어려운 일들을 우리 양봉농가가 대신하고 있었다는 점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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