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소득 7500만원 이하? 1인가구는 4200만원이 기준" 청년도약계좌 '1인가구' 소외 논란
2023.09.04 16:50
수정 : 2023.09.04 18: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매월 70만원, 만기 5년 유지시 최대 5000만원 목돈 마련'을 내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청년도약계좌 개설 과정에서 정작 1인 가구 청년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 소득 '연 7500만원 이하' 요건을 맞춰도 1인 가구는 중위소득 180% 이하(연 4200만7932원 이하) 요건을 맞추지 못해서다. 가구 소득요건 관문에서 계좌 계설에 실패한 20만5000명 중 1인 가구가 11만1000명으로 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당초 '금수저'를 변별하기 위한 가구 소득요건이 1인 가구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가구소득 못 맞춘 청년 20.5만명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자 총 120만1000명 중 17만명이 개인 소득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연 소득이 7500만원을 초과한 경우가 9000명, 무소득자가 16만1000명이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19~34세 청년이 매월 70만원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납입하면 정부가 월 최대 2만4000원을 지원하고 만기 5년을 채운 경우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적용해 약 5000만원 목돈을 만들 수 있다. 총 급여 7500만원 이하(종합소득 63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심사 시 개인 소득을 1차, 가구 소득을 2차 요건으로 본다.
문제는 1인 가구에서 중위소득 180% 이하 요건을 맞추지 못해 거절 당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개인 소득요건은 맞췄지만, 가구 소득을 맞추지 못한 신청자는 지난 6월 7만2000명, 7월엔 13만3000명으로 총 20만5000명이었다. 이 중 1인 가구가 11만1000명으로 전체의 54.15%에 달했다. △2인 가구 3만명 △3인 가구 6만1000명 △4인 가구 3000명 등 다른 가구 유형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실제로 연 소득이 4300만원인 1인 가구 청년은 가입할 수 없다. 개인 소득요건에는 충족해도 1인 가구 중위소득 180%를 초과해서다. 2022년 기준 1인 가구 중위소득은 194만4812원이다. 중위소득 180% 이하 조건을 맞추려면 월 350만661원(연 4200만7932원) 이하여야 한다. 2인 가구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 2인 가구 중위소득 180%는 월 586만8153원(연 7041만7836원)으로, 연 소득 7500만원 청년의 경우 1차 관문은 넘어도 가구 소득이란 2차 관문에서 탈락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 소득 7500만원 이하라고 해놓고 1인 가구 중위소득 350만원을 왜 추가로 보는지 모르겠다", "청년도약계좌 가구소득 기준이 엄격하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금수저 변별' 가구소득 요건, 1인 가구엔 '장벽'으로
당초 '금수저'를 변별하기 위한 가구소득 요건이 1인 가구에는 독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같은 중위소득 180% 이하라고 해도 1인 가구엔 훨씬 '요건이 강하다'라고 느껴질 수 있다"라며 "3~4인 가구는 가구원 중 소득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 가구 소득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가구와 관련 제도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최초 공표된 기준을 바꾸는 경우 혼란이 생길 수 있는 점도 정책당국이 고려할 점"이라고 짚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상품이 출시된 지 약 2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청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개선할 부분은 개선할 수 있다"라며 "필요시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구 중위소득 산정 문제까지 얽혀 있는 만큼 금융위 단독 결정으로 제도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청년도약계좌가 '자산형성'이란 제 역할을 하려면 5년 만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출시한 만기 2년의 청년희망적금은 최초 가입시점 286만8000명이 계좌를 갖고 있었지만 올해 6월말 기준 217만4000명으로 69만4000명이 중도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특별해지요건 조정, 타 자산형성 사업과의 연계 등이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청년도약계좌는 가입자의 사망, 해외이주, 퇴직, 사업장의 폐장 등 특별해지요건을 만족하는 중도해지에 한해 정부기여금 및 비과세 헤택을 제공하고 있다. 박준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혼인과 출산도 특별해지요건에 포함시켜 청년이 축적된 자금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게 유인해야 한다"라고 했다.
자산형성에 그치지 않고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 위원은 "형성한 자산을 청약통장이나 연금저축에 납입할 시 추가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등 타 사업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년 자산형성사업 정보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만큼 청년이 본인에게 적합한 사업을 찾을 수 있도록 통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