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처럼 결제·수탁기관 분리했다면 ‘FTX 파산’ 없었을 것"
2023.09.05 18:24
수정 : 2023.09.05 18:24기사원문
마이크 벨시 빗고 최고경영자(CEO·사진)는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 2023(KBW 2023) 메인 컨퍼런스인 '임팩트(IMPACT)' 키노트에서 이같이 말했다.
■빗고, 세계 최대 가상자산 수탁기관
지난 2013년 설립된 빗고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상자산 수탁기관이다.
벨시 CEO는 "주식시장의 경우 결제기관과 수탁기관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한 결제가 가능하지만, 가상자산은 그렇지 않다"면서 "전통 금융기관을 가상자산 생태계 쪽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일본 가상자산거래소 마운트곡스 사태와 지난해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는 가상자산 수탁의 중요성을 증명한 사례다. 마운트곡스는 당시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대표적인 가상자산거래소였지만, 해킹으로 비트코인 85만개(당시 약 5330억원 수준)를 도난당해 파산한 바 있다. FTX도 자체 발행 코인인 FTT로 자산을 부풀리고 경영진이 고객 자산을 부당하게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산 신청으로까지 이어졌다.
벨시 CEO는 "마운트곡스 해킹 사태 당시에 직원들이 비트코인을 도난당했음을 알았을 땐 이미 너무 늦었었다"며 "수탁이 따로 분리됐다면 훨씬 빠르게 도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FTX 사태도 마찬가지"라며 "소수의 감사라도 있었으면 FTX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FTX가 고객의 가상자산도 자체 보관하다 보니 자전거래와 내부자 거래 등 멋대로 고객 투자금을 유용하는 사태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韓 가상자산 수탁 시스템 정착 유리"
벨시 CEO는 한국이 '가상자산 수탁 시스템'이 자리잡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규모가 막대할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관련법안 제정 준비 등 규제기관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7개 법안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규제기관이 가상자산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 아시아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나은행과 손을 잡고 한국에 진출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빗고는 하나은행과 업무협약을 통해 연내 조인트벤처(JV) 형태의 한국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벨시 CEO는 한국 진출을 통해 디지털 자산 사업 제도화와 투자자 보호 등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규제당국 및 감독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확보해온 노하우와 기술을 한국 사업에 적용해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빗고는 10년 동안 기술 개발과 혁신의 경험을 쌓아 왔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빗고의 기술, 노하우 등을 활용해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김미희 임수빈 이주미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