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념·단식으로 집토끼만…차이는 문재인·박근혜 행보
2023.09.06 06:00
수정 : 2023.09.06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인 ‘집토끼’를 잡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외친 ‘이념’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단식농성에 나서면서다. 다만 차이점은 있는데, 각 당 출신 전직 대통령의 행보다.
홍범도·윤미향 등 반공이슈 골몰하는 與
정부·여당은 ‘반공’에 힘쓰고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이슈가 대표적이다. 여권 내부에서 우려가 나오긴 하지만 정부는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홍 장군 흉상 이전을 지지하고 나선 장군 출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차기 국방부 장관 하마평에 올라 확고한 의지가 재확인되기도 했다.
다른 반공 이슈들도 발생시키고 있다. 민주당 출신 윤미향 의원이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식에 참석한 게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국가보안법 위반’까지 언급하며 집중공세에 나섰다. 내각에서도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이 “적절치 않고 위법하다”고 거들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우리나라 지하망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반대활동을 하라는 지령을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야권의 주요 공세 지점인 오염수 이슈를 반공과 연관시킨 것이다.
단식농성 이재명 앞세워 극단적 정부 비판하는 野
민주당은 오염수 논란을 주축으로 윤석열 정부를 ‘파시즘’이라 규정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가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나서며 앞장서고 있다. 이해찬 전 대표 등 야권 거물 인사들은 물론 진보단체들도 만나며 정부 비판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형식상 이 대표를 격려하는 자리에서의 사담이라 파시즘이나 독재 등 높은 수위의 정부 비판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매일 저녁 촛불집회를 주도하면서 강성 지지층 결집의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농성으로 상기된 탓인지 민주당의 국회 공식석상에서의 비판 발언도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5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설훈·김두관 의원 등이 오염수와 홍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을 짚으며 윤 대통령 탄핵도 가능한 사유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李 격려하고 직접 참전한 文·"친박 없다"며 거리두기 쐐기 朴…당 단합시키는 효과
여야가 서로 극단적인 공세를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집토끼를 잡는 데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각 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동향이다.
먼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와 통화해 단식을 격려하고, 현안들에 대해 정부 비판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4일에는 대변인 격인 유영하 변호사가 언론을 통해 “조만간 박 전 대통령 본인이 ‘친박(親 박근혜)은 없다’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전 대통령의 상이한 행보의 공통적인 효과는 당 내홍을 줄이는 것이다. 민주당은 친명(親 이재명)과 비명이 갈등을 벌이는 상황이라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일시적으로 단합하게 된다. 다만 조국 전 민정수석 등 친문(親 문재인) 인사들의 총선 등장 가능성은 짙어진다. 박 전 대통령의 친박 부인은 박근혜 정부 출신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조짐을 보이는 계파 세력화를 조기에 진화시키게 된다.
文가세에 野체제전환 기회 잃을 수도…與, 친박소멸에 계파없는 선거 가능성
선거 측면에선 다른 영향을 끼친다. 문 전 대통령도 대정부공세에 참전하면서 점증되는 정부 비판 수위가 극단으로 치달아 집토끼 잡기에만 갇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달리 박 전 대통령의 거리두기는 계파색이 짙은 ‘올드보이’들의 부활을 어렵게 해 국민의힘이 새 인물을 찾는 등 경쟁력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가 저물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돼야 반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게 친명과 비명을 막론하고 나오는 관측인데, 이대로 이 대표를 선두로 대정부공세를 지속하면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검찰 구속도 단식으로 인한 이 대표 건강 문제, 또 검찰의 총선을 염두에 둔 정무적 판단으로 불투명해서다.
국민의힘은 친박이 부활하지만 않는다면 역사적으로 드물게 계파갈등 없는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국민의힘 전신 정당들은 그간 친박과 친이(親 이명박), 친박과 비박 간의 갈등으로 자중지란을 일으켜왔다. 지금도 친윤(親 윤석열)과 비윤으로 분류하긴 하지만, 이철규 사무총장이 “승선시키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엄포를 내놓을 만큼 비윤 세력 규모는 미미하다. 단일 플랫폼에서 새 인물을 영입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