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동 주민 85%가 고엽제 피해...파주시 "적극 지원 나설 것"
2023.09.07 09:15
수정 : 2023.09.07 09: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파주=노진균 기자] 경기 파주시가 전국 최초로 민간인 고엽제 피해자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엽제가 살포된 시기에 대성동에 살던 마을 주민 중 무려 85%가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중 절반에 가까운 주민이 중증질환자로 조사됨에 따라 시는 법 개정을 통해 정부차원의 지원이 닿을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7일 파주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7월 14일 민·관·정 관계자 11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발족한 이후 두 달여 동안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대성동마을에 거주하는 51가구 141명으로, 고엽제 살포 당시 이 지역에 거주한 사실이 없는 6가구 12명을 제외한 46가구 129명으로, 거주 시기, 질환 유형, 증상 등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조사 결과 고엽제 관련 법령에 따른 증상별 구분에 근거하여 질환자로 판단되는 이들은 모두 51명으로, 이는 고엽제 살포 당시 대성동 마을에 거주했던 주민 60명 중 85%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피해 주민 대부분이 현재까지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엽제 질환자 51명 중 중증질환자는 절반에 가까운 22명으로 파악됐는데, 이들이 앓고 있는 질환으로는 당뇨병이 14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당뇨병은 2016년 정부가 발표한 고엽제 피해 5차 역학조사 결과에서 고엽제 고노출군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그 밖의 질환으로는 뇌경색이 4명이었고, 파킨슨, 피부암, 방광암, 간암 등이 각 1명이었다.
또한 경증질환자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25명, 치매, 심혈관계, 피부질환 각 1명 순으로 나타났으며 2세 피해자도 1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자의 경우 피해지원에는 해당되지 않으나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살포시기에 함께 거주했던 부모, 조부모 등 직계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그 결과 사망자 가족 구성원들 모두 평균수명보다 현저히 낮은 연령대에 폐암, 당뇨병, 뇌경색 등으로 사망했으며, 그 인원수가 3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주시의 이번 실태 조사로 뒤늦게나마 그 피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고엽제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의 길도 비로소 열리게 됐다. 시는 올해까지 지원조례 제정과 피해자 신청접수, 심의 등 행정절차를 거쳐 내년 1월부터 피해 지원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이제라도 대성동 주민들이 당한 고통의 실체가 밝혀졌으니 주민들의 오랜 한을 풀어드릴 때가 왔다"며 "민간인들은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에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빠른 시일 안에 법이 개정되어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국회의원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건의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대성동 마을’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조성된 마을이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북한에는 '기정동 마을'을, 남한에는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에 ‘대성동마을’을 조성키로 한 협정의 양측 당사자 간 약속에 따라 탄생됐다.
미국 보훈부의 식물통감계획에 따라 약 140여 명의 주민들이 농사를 지어온 영농지역인 대성동 마을에 고엽제가 살포된 시기는 1967년 10월 9일부터 1971년 12월 31일까지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