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투자자 대상 '사무라이 본드' 700억엔 발행

      2023.09.07 10:51   수정 : 2023.09.07 11: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700억엔(6300억원) 규모의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를 발행했다. 외평채는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자로 벤치마크 채권이다.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에서 금리가 낮은 엔화표시 외평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싼 금리로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9시30분 3, 5, 7, 10년 만기의 엔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했다고 발표했다. 발행규모는 각각 330억엔, 235억엔, 70억엔, 65억엔이다. 평균 발행금리(만기별 발행규모를 감안한 가중평균 금리)는 연 0.70% 수준이다.

외평채는 외국환평형기금의 외화조달 목적으로 발행하는 외화표시 국채를 말한다. 지난 2015년 위안화 외평채 이외에 달러, 유로화로만 발행했다.


일명 '사무라이 본드'로 불리는 엔화 표시 외평채 발행은 지난 6월 한일 재무장관 회의 후속 조치의 성격이 짙다. 일본 방문 당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스미모토 미쓰이, 미즈호, 미쓰비시 등 일본 3대 민간은행을 비롯해 10개 기관의 고위경영진이 참석한 투자자 라운드테이블에서 엔화 외평채 발행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발행규모도 크다. 시장에서는 200억엔 정도로 예상했지만 700억엔까지 늘어났다.

정부가 일본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엔화 외평채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엔화 외평채가 발행된 적이 있었지만, 이는 해외 동포와 국내 거주자 대상이었다. 이번 엔화 외평채 발행에는 일본 국내 투자자 뿐만 아니라 중동 금융기관, 글로벌 IT 기업, 국제기구 등이 투자주문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 대한 높은 대외신인도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엔화 외평채 발행 성공으로 국내 기업들의 엔화 표시 채권 발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 채권에 대한 일본 민간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릴 수 있고 신용도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 이는 조달비용 절감과 연결된다.

달러, 유로 중심인 외화보유고의 다변화 효과도 있다. 외평채는 외화를 활용한 운용 수익 등과 함께 외환보유액을 조달하는 핵심 수단 중 하나다. 일본 투자자가 엔화 외평채를 많이 살수록 외환보유고에 엔화가 쌓이는 셈이다.

추 부총리는 일본 방문 당시 "엔화 외평채는 일본 금융기관에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기업, 금융기관의 엔화 채권 발행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양국간 경제협력과 금융투자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외평채를 2017년부터 매년 발행했지만 지난해에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시기를 놓치면서 발행하지 않았다. 2021년 10월 13억달러(달러화 표시 5억달러, 유로화표시 7억유로)규모를 발행 한 후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발행한도는 27억달러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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