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 2차 인플레에 미리 대비해야

      2023.09.07 18:22   수정 : 2023.09.07 18:22기사원문
경제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가장 큰 원인은 진정되고 있던 국제유가의 급등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열 달 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고,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2, 3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때문이다. 이제 겨우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기는 추세 전환을 하기도 전에 다시 고꾸라질 위기에 빠졌다.


두 산유국의 감산은 이유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시티 건설이라는 거대 프로젝트에 부을 돈이 필요하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전비가 필요하기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여기에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인 중국의 원유소비가 디플레이션 우려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출과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다. 다소 안정세를 찾고 있던 물가는 다시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커졌다. 대중교통요금과 전기요금은 이미 올랐고 추석을 앞두고 각종 식품과 과일, 채소 값이 들썩이는 마당에 설상가상의 악재를 맞게 된 것이다.

최근 석 달 동안의 무역수지 흑자는 원유 등 에너지 수입액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였지만, 이제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설 여지가 많아졌다. 유가상승은 무역수지 악화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 전반을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기감이 벌써 고조되고 있다.

유가상승으로 이미 금리를 올릴 대로 올린 미국은 다시 금리인상의 압박을 받을 것이고, 우리도 금리 차가 더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금리인상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현재도 마땅히 구사할 정책이 없는 당국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초지일관으로 호언장담하던 '상저하고'도 이제 거의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관적 경제심리를 막기 위한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정부의 태도는 그동안 너무 안이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계 정세를 읽지도 못하며 외생변수 발생 가능성을 무시한 탓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돌발악재가 언제든 생길 수 있음을 알고 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정부는 정부고 더 큰 문제는 정치권이다. 누란의 위기라고 해도 좋을 심상찮은 시국에 철 지난 이념투쟁과 명분도 없는 단식투쟁으로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조정과 타협을 모르고 평행선만 달리는 이런 정치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국민은 당장 먹고살 일이 급하다. 제발 입으로만 경제, 민생을 외치지 말고 눈앞의 현실부터 직시하기 바란다.
정부는 무작정 낙관론에만 빠져 있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기업과 국민의 애로를 현장을 뛰면서 찾아내 해결하려는 노력부터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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